전무출신들이 열반에 들면 '총부'로 모셔서 장례를 행한다. (총부 대신에 익산 성지라고 해야겠지만 총부라는 행정적 명칭으로 더 오래 불렸던 터라 혼용하기로 한다.) 수 년 전만 해도 교단 초창기에 공회당이라 불렸던 구 종법원 옆 건물에 병풍을 치고 빈소를 마련하고 그 앞길에 호상소를 차려서 조문객을 맞이하곤 했다. 시설의 불비함과 예식 집행의 불편함에도 이런 관행이 계속된 데는 총부의 상징성이 한 몫 했다고 본다.

소태산 대종사와 역대 종법사와 스승님들이 신앙과 수행을 함께했던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고 전법성지라는 표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거룩한 성소인 까닭이다. 총부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마음의 고향일 것이다.

익산 성지의 면모는 원불교100년기념성업 후 크게 일신됐다. 특지가의 큰 희사에 힘입어 전면적인 조경사업이 진행됐고, 구석구석까지 관리의 손길이 미쳤다. 유서 깊은 건축물들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국가와 지자체의 공적 관리를 받게 됐다. 총부는 누구에게든 자부심을 가지고 보여줄 수 있는 청정도량의 풍모를 지니게 됐다. 더구나 종법사가 주석하며 늘 대중과 함께하며 원로원과 수도원에는 퇴임하신 원로교무들이 수양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으니 법향 가득한 성지는 우리의 큰 자랑이다.

다만 근래에 총부가 사뭇 행정기관화 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많은 건물이 사무실로 사용되고 구내 거주자 대부분이 교정원을 비롯한 기관 근무 출가자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 '총부', '익산 성지'하면 떠오르는 느낌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교도들에게도 비교들에게도 늘 열려 있는 성지로서 세파에 지친 누구라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새로운 힘을 주는 성스러운 도량이 되면 좋겠다. 총부에 순례객들을 위한 긴 의자가 언제 놓였는지, 그들을 위한 음료대는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기억해보면 알 수 있다. 대문은 열려 있으되 그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주선원이 주인이 되게 하고 총부 도량을 하나의 교당으로 생각하고 비교도를 위한 교화공간으로 활짝 개방하면 어떨까. 다행히 총부에는 법 높은 선지식이 참 많다. 그 분들이 말 그대로 상주 설법을 하고 다양한 마음공부 프로그램과 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신앙과 수행의 성스러운 공간이 되도록 해보자. 총부 근무자들의 관점이 아니라 원불교를 찾아올 새 인연들의 입장과 관점에서 총부와 익산성지를 다시 보자. 

사무실에 불이 꺼지면 썰렁해지는 행정타운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만생령의 마음의 고향이 되도록 하자. 수 만 평의 거대한 도량을 교화의 관점에서 활용한다면 오히려 전법성지 익산 성지는 본연의 목적을 온전히 실현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현재의 행정 부서는 규모도 줄이고 적절하게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오히려 신앙과 수행 그리고 성지순례 등 교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익산 성지! 우리끼리 즐기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2019년 4월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