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 목동교당 김형도 교도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목동교당 초인종을 눌렀다. 교당 교화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천을 한 신앙인은 과연 어떤 분일까 만남이 기대됐다. "신문사에서 나오셨나요"라며 반가운 미소로 맞아준 신앙인은 바로 목동교당 부회장 김형도(53·金亨道) 교도였다. 영산 성지 가까이 법성 대덕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영광에 있는 해룡고에 입학하며 원불교와 인연이 됐다. 당시 영광 교당에 근무하던 선타원 김정심 원로교무는 해룡고 상담실에서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었다고 한다. 가정 형편상 대학을 가기 힘들었던 그는 고2 때 김 교무에게 원광대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인연으로 원불교학과에 진학해 공부하게 됐다.

졸업 후 교화현장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지도자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큰 부담을 느꼈다.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인 일원상이 머리로는 이해됐지만, 가슴까지는 내려오지 않음에 답답함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저의 깨달음을 나누어 줄 수 있어야 살아있는 법이 되는데, 깨달음 없이 그냥 법문 말씀만 전달하는 것은 힘이 없다고 생각됐어요." 교당에서 밥을 먹고 생활하는 것이 빚진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 실력을 갖추고 싶었다. 그러다가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았고, 방황 끝에 교무의 길을 그만두게 된 그였다. 

"지금 생각하니 저의 신앙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대종사님은 모두가 은혜 아님이 없다고 하셨어요. 지나고 보니 고통스럽고 괴로워했던 것조차도 나를 성장시켜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 준 은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일원상 서원문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바로 '은생어해', '해생어은'이다. "당장 나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다 주는 것도, 또 다른 모습의 은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주어진 모든 것이 소중한 인연이고 은혜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철이 들어가며 느끼게 된다는 그.

"이번 생에 꼭 견성하고 싶어요." 이 교도는 공부 목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대산종사님이 견성은 꾸어서라도 해야 된다 하셨잖아요. 자성불을 밝혀 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공부하고 있어요."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그는 현재 동국대 선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종사의 무시선법과 육조 혜능의 선을 비교하는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그는 대종사의 선법은 무시선법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봤다. 건설회사에서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이 교도는 생활 속에서 그 일 그 일에 일심하는 것을 표준으로 무시선 공부를 하고 있다. 

"철근을 세우는 것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건물에 균열이 생기면 철근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지요. 철근 결속을 잘해야 하는데 인부들이 대충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온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 내가 더 해야겠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터전이라면 보이는 사람이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빠진 부분들을 채워서 하는 편입니다." 일심으로 일하려 하지만, 몸이 힘들 때는 분별 사량심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 그는 성품을 깨닫는 데는 화두를 연마해야 한다는 선지식의 말을 떠올린다. 

 

생활 속 무시선 공부·성리 연마 힘쓰는 공부인
서울교구 교화기획위원, 다양한 교화 아이디어

"분별 사량이 일어날 때는 한 생각을 청정히 하기 위해 '이 생각이 어디서 왔나', '일념미생전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가' 화두에 집중하며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항상 호흡을 챙기려고 노력해요. 분별 사량이 일어날 때 호흡으로 돌아가서 호흡을 바라보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저를 느낄 수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그는 생활 속에서 무시선을 진정으로 연마해가는 공부인이다.

서울교구 교화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교도는 교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만큼 교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다양했다. "교당에 어린이집이 있으면 자모와 가족들이 교당에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교도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는 시설도 가능하다면 교당에서 운영해서, 우리의 장례·천도재 문화도 활성화하고 교화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는 시스템 교화를 이야기했다. "지구나 교구 차원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원불교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 너무 각 교당주의로 가고 있어 교화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시스템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시대적인 콘텐츠를 잘 담아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종교인구가 감소 되고 영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맞게 선이나 명상 부분으로 더 공부해 자신이 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대종사는 나의 법을 붓으로 쓰고 입으로 말해 후세에 전하는 것도 중한 일이나,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법통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하다 했다. 일원상 진리를 제대로 깨쳐, 단순한 법문의 전달이 아닌 깨달음을 전하고 싶은 간절한 구도심이 있는 김형도 신앙인. 그와 만남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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