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교당 봉불식 현장으로 달려가는 길, 궂은 날씨에 마음이 쓰인다. 꽃샘추위의 쌀쌀한 바람 끝이 못내 야속하게 느껴진다. 어느 봉불 현장이 애 닳고 정성스럽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하지만 만경교당은 내 마음을 유독 끌어당긴다.

오래전 취재 차 방문했던 만경교당 교도들과의 만남. 당시 교당 불사를 위해 건축비 마련에 여념이 없던 교도들이 이진도 교무 이야기를 전했다. 

"교무님이 쑥떡이며 모과차며 밑천 될 만한 음식 만들어서 팔고, 알뜰살뜰 아껴 모아 생활하면서 건물을 살적에는, 그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죠." "생불이라고 생각해요. 교무라는 상이 하나도 없고, 내가 할 일이라고 말씀하셔요. 그러니 우리도 우리 할 일 해야지요." 

생활관 건물 매입과 법당 신축을 하기위해 정성 쏟은 시간들. '교무님 수고를 어떻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교도들의 애잔함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지만, 퇴임 후 자원봉사를 하며 교당불사 일념으로 생활하는 원로교무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손가락 마디마다 굽고, 노동으로 굵어진 양 팔 손목, 그렇게 품앗이로 땀 흘려 모은 원로교무와 교도들의 헌공금이 교당불사의 종자돈이 됐다. 매달 지원되는 용금도 전액 교당불사에 쓰였다. 그렇게, 교무도 교도도 다만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정성심이 하늘에 닿은 듯, 오후 봉불식이 진행되면서 날씨가 개었다. 인근 교당 교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로, 법당은 물론 야외 행사장까지 발 디딜 틈이 없는 봉불식장. 한은숙 전북교구장의 설법 또한 정성스러웠다. 원로교무에 대한 존경심이 오롯이 담겼고, 교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만경교당 봉불의 의미가 시불, 생불, 활불의 수행정진으로 이어져야 함을 깨닫게 했다. 

정성스런 행사는 지역인사들의 마음에도 녹아나, 준비해온 원고 대신 조촐한 원불교 행사에 담긴 남다른 감상이 축사로 전해졌다. 행사 종반, 하루 쯤 주인공이 될 법한 원로교무의 인사말은 길지 않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오시지 못한 분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여러분들께 드릴 기념품을 4년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예쁘게 포장은 못했지만 정성은 많이 들어갔습니다. 꼭 가지고 가세요."

그렇게 '꼭' 가지고 가라는 기념품에는, 심고 가꾸면서 수확해 4년 동안 정성껏 숙성시킨 '동아'엑기스, '쇠비름', '호박즙', 그리고 교도들이 직접 캐서 만든 쑥 절편이 담겨 있다. 그리고 색지에 적힌 편지글. '최고로 모시고 싶은데 마음뿐 죄송해요.'

내겐 충분히 '최고'였던 만경교당 봉불식. 이름 대고 알리고 싶은 이유, 충분하다.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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