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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총부 건설의 과제
미주총부 건설의 과제
  • 양은철 교무
  • 승인 2019.04.17
  • 호수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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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교무
양은철 교무

[원불교신문=양은철 교무] 한동안 잠잠하던 '국외총부'에 대한 논의가 전산종법사 취임 이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주교령이 임명되었고, 올 6월에는 미주 교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중앙총부에서 관계자들이 미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치교헌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도가에서 '스승님의 경륜'이 갖는 무게나 '지역 실정에 맞는 교화'라는 당위에 비춰볼 때 국외총부의 건설은 최소한 명분상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시기나 국외총부의 기능과 권한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합의가 좀 더 필요할 듯하다.

미주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주총부 건설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교화 현장에 근무하는 평범한 교무로서 미주총부 건설을 위해 몇 가지 문제들을 제기해 본다. 

첫째, 모든 권리에는 그에 합당한 의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는 물론이고 법률적으로도 온당치 못하다. 국외총부 논의의 핵심은 '자치의 수준'일 것이다. 교단 운영에 근간이 되는 인사와 경제에 대해 자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주총부 건설을 통해 미주교화에 대한 자치권을 어느 정도나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종법사' 명칭 사용의 어색함이다. 로마 교황과 별도로 한국 천주교에 교황이 있다면, '해외' 혹은 '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더라도 한국 내 대주교에 대한 임명권과 한국 천주교 소유의 재산 처분권이 로마 교황에게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마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원불교 교헌이나 헌규에 의하면 미주총부의 권한은 '자치권이 상당히 확대된 교구'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도라면 '종법사'는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어색한 명칭일 수 있다. '총부'도 마찬가지다.

 

국외총부, 아직 부족한 인사·경제 자원 확보에 의문
기능과 권한 등 중앙총부와 관계설정도 고민해봐야

셋째, 상호 신뢰 없는 국외총부. 현재 교헌은, "종법사 선임, 출가위 이상 법위의 승급, 교서의 편정, 자치교헌의 개정 등은 중앙총부 종법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외총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분파(分派)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다. 분파에 대해 염려를 할 정도의 상호 신뢰 수준에서 이런 저런 제한 규정을 두어가며 굳이 국외총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넷째, 현 상태에서 미주총부가 건설된다고 할 때 미주에서 원하는 자치적인 교화가 가능할까. 현재 상태에서는 중앙총부의 뜻에 맞지 않는 정책을 미주총부만의 의지로 실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미주에서 합의된 여성 교역자 복장에 대한 결의가 만약 중앙총부와 의견이 달라서 채택되지 않는다면 미주총부 건설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국외총부가 중앙총부와 대등한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 교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특정 권한들은 여전히 중앙총부에 남겨두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이를 판단할 만큼의 충분한 식견(識見)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현재 교헌이 규정하는 수준의 미주총부의 권한이라면 미주총부 건설이 미주교화에 어느 정도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주총부에 대한 논의는 미주총부가 미주교화에 가져 올 구체적인 내용들을 염두에 두고 이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고, 국외총부의 기능과 권한, 중앙총부와의 관계설정은 미주총부 건설 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자치교헌이 갖는 무게가 절대적인 이유이다.

법력과 연조가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미주총부 건설의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사족이 되고 말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해 봤다. 올해 6월 중앙총부 실무단 방문이 미주총부 건설에 대한 스승님들의 경륜과 중앙총부의 의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미주총부 건설이 미주의 현장 교무들로부터 충분한 공감을 얻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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