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50주년 기획 3/ -애자일 조직혁명-

[원불교신문=김인숙] 2019년은 원불교 법인성사 100주년이다. 동시에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3.1운동 100주년이다. 화두가 걸렸다. 나는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100년이 묻는다, 나에게!
100년이 묻는다, 원불교에게! 

그 해법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첨단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결국 조직혁명에서 나타날 것이다. 기술혁명은 누구에게나 그 결과를 제공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접목할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결정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미래의 사업모델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열심히 생산성과 효율성을 올려서 살아남던 시대는 지나갔다. 변덕스러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고민은 다음과 같다. 어떤 기술을 어느 정도로, 어디에 투입할 것이냐.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은 무엇인가. 어떻게 소비자 욕구를 알아낼 것인가. 

고민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있다. 조직혁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술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조직혁명 싸움이다. 누가 혁명적인 변화를 자신의 생활습관, 그리고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시작할 것인가. 이 과제를 해내는 조직이 살아남을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어려운 작업을 해내는 개인·조직·단체·정부·종교가 살아남는 것이다.

 

기술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조직혁명 싸움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역량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애자일(agile)적응력.

원불교는 지금 살아있는가?

살아있는 조직은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배우고, 변화하고 움직일 때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역량은 애자일 적응력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들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것이다. 기계, 전자, 정보통신이 모이고, 이에 심리전문가, 음악인, 경영학, 경제학, 사회학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독일에서 대학, 연구소, 기업, 협회, 단체가 거미줄처럼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가는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핵심요소는 단연코 소통역량이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과의 국제경쟁력에서 차별화된 강점은 소통역량에서 찾아야 한다.

독일의 산·학·연 4차 산업혁명 네크워크 운영현황.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는 소통역랑에서 나온다.

동시에 소통방식은 '애자일(agile·민첩한)'이다. 애자일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민첩하고도 효과적으로 적응함을 뜻한다. 2001년에 시작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애자일 선언, 애자일 조직문화, 애자일 교육혁명, 애자일 기업경영이 시대의 화두이다. 

그렇다면 애자일 즉, 민첩하고도 효과적인 소통은 무엇을 뜻하는가? 애자일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의 특성일 수도 있다. 애자일한 소통을 '살아있다'로 표현할 수 있다. 자신과의 소통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고객, 근로자, 이해관계자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왜 '애자일'이 특히 더 강조될까? 어느 누구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며 모범답안이 없는 상황이다. 

엄청난 속도감과 복합적인 사회에서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서비스가 봇물 쏟아지듯이 선보인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앱이 개발된다. 늦은 밤 주문에 다음날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유튜브 1인 TV는 시시각각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농업용 트랙터에서 제공하는 토양, 기후, 설비보수, 파종 정보는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산업을 구분하는 1차 농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 구분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아래 그림은 이동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라는 사업영역에서 연결된 기업들과 서비스 종류를 보여준다. 기존의 렌터카, 택시, 데이터업체, 교통정보 등이 실시간 연결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연결 역시 살아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면서 움직인다. 그렇다면 나는 애자일한가? 달리 말하면, 나는 살아있는가?

원불교는 애자일한가? 원불교는 지금 살아있는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가치창출 네크워크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움직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원불교는 살아있는가
원불교 초창기 대종사님 저녁법회는 매우 활기찼다고 전해진다. 낮에는 방언공사를 하고, 저녁에는 회화와 강연 대회가 열렸다. 말하고, 질문하고, 발표하고, 평가하고, 박장대소하는 시간이다. 활기차고 살아있는 모임이다. 누구든 편하게 말할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엉덩이를 요리저리 흔들며 재롱을 부리는 모습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확신하기에 아이들은 어떠한 몸동작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몰입한다. 재미있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아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어떻게 원불교 회화, 강연, 교화단회, 단장회의, 정기훈련, 토론회, 국제회의는 달라져야 하나? 원불교 초창기 대종사님 법회 모습처럼 활기차고,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다.  

우선 원불교 단회와 훈련에서 애자일한 소통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회의시간이 60분이고, 인원은 10명이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듣기 위해서 소그룹으로 나눈다. 토론한 내용을 세 번 반복하면서 전체가 공유한다. 시간 60분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3명씩 한 조가 되어서 토론한다. 애자일한 소통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2~3회 받는 것이다. 1부에서 각 팀 회화 그리고 팀별 회화내용을 발표하고, 다른 팀 의견을 듣는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여기서 핵심은 모두가 말하고, 모두가 피드백을 하고, 모두가 토론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모두가 참여하게 하는 일이다. 

나는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올 때이다. 내 의견을 반영할 때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때이다. 살아있는 조직은 그 구성원 개개인이 살아있을 때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배우고, 변화하고, 움직인다. 

교도들이 살아있을 때, 원불교는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원불교 단회, 법회, 세미나, 행사에서 재미는 물론 새로운 깨달음도 얻는다. 
우리는 긴장하며 귀를 쫑긋 세우며 두근두근 거린다. 우리는 스스로 규칙과 참여 방식을 결정한다. 교도들에게 다양한 소통플랫폼을 제공된다. 그 안에서 다양한 종교, 단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2019년 다시 물질이 개벽한다. 새롭게 정신을 개벽해야 할 시점이다. 살아있는 생명체, 살아있는 조직에서 애자일한 소통방식을 제안한다. 

김인숙  
ㆍ현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ㆍ전 서울대학교 기술정책대학원 연구원
ㆍ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ㆍ전 고용노동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
ㆍ독일 쾰른대학교 경제학 박사 
ㆍ소속 강남교당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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