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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숨 쉬게 할 것인가
누가 우리를 숨 쉬게 할 것인가
  • 이성하 교무
  • 승인 2019.04.18
  • 호수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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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성하 교무] 얼마 전 아는 분 병문안을 갔다가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 틀어놓은 비비씨(BBC) 방송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일이 있다. 한눈에 시선이 꽂힌 이유는 덩치가 산만한 북극곰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가파르고 높아서 발 한번만 잘못 딛어도 끝 간 데 없는 곳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낭떠러지를 커다란 북극곰이 위태롭게 올라가고 있었다. 얼음이 녹아 더 이상 물고기 사냥을 할 수 없게 된 북극곰은 먹고 살기 위해 바위틈에 숨겨 놓은 새알을 찾느라 그 까마득한 절벽을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티비에서 보여주지 않는 그 다음 장면이 마음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알을 빼앗긴 새들은 곰의 손이 절대로 닿지 않을 더 외지고 험한 곳에 새 알을 숨겨 놓을 테고, 북극곰은 목숨을 걸고 더 험하고 가파른 곳까지 새 알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이 두 생명간의 기막힌 생존의 숨바꼭질은 북극 얼음이 다시 얼지 않는 이상, 혹은 북극곰이 다른 생존 방식을 찾지 않는 이상 한동안 이어질지 모른다. 절벽을 오르는 북극곰처럼 얼음이 녹아가는 남극의 펭귄도 어쩌면 생존을 위해 조만간 무슨 수를 발명해내야 할 것이다. 

생명의 질서라는 것은 인간의 시비선악을 초월하고 자비와 무자비를 넘어선 영역이다. 예컨대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일, 호랑이가 사슴을 잡아먹는 일은 옳고 그름에 속한 일이 아닌 모든 개체들의 DNA에 새겨진, 생존을 향한 자연의 질서다.

어느 것도 상대의 먹이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없으나 존재의 생존 방식이 그러한지라 우리는 서로 서로의 희생을 바탕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고 한 대종사의 말씀처럼 우리는 나를 제외한 만생명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해 나라는 존재를 보전한다. 그래서 나는 나 아닌 것들의 총합이며, 사은의 집합체인 것이다. 내 생명의 근원처는 만물이며, 만물에게 근원처는 나다. 이 근원을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할지라도 보은의 실행이 없을때 인과 법칙에 따라 삶에서 고통을 피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요즘 미세먼지로 인해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공기라는 것은 호흡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에도 마스크를 쓰고 일부의 공기만 선택적으로 들이마시느라 이만저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원래 하나인 천지와 내가, 나뉘어 둘이 되니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부모와 내가 천륜이듯, 천지와 만물 또한 천륜이다. 왜냐면 천지는 만생령의 어머니인 까닭이다. 이 천지자연과 우리의 천륜이 깨어지고 있는 시절이다. 북극곰의 절벽행이나 한국의 미세먼지, 모두가 빙하가 녹기 때문이고, 빙하는 인간의 마음에 욕심과 무지로 타오르는 불이 녹인 것이다. 

이 세상이란 완전히 개별자들, 즉 나, 너, 내 가족, 네 가족, 내 집, 네 집, 사람, 동물, 자연 등이 별개로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나 자신만의 이해와 생존과 내 앞의 큰 파이와 독식을 위해 질주하며 세상을 아수라판으로 만든 과보가 우리 앞에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각개교절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 백 년 동안 대각개교절은 우리가 대종사의 대각에 대한 경축에 방점을 찍어왔다면 앞으로 백년의 대각개교절은 대종사 가르침으로 당면한 시대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오와 각성을 불러오는 사회 대각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모두 다 은혜입니다' 라는 법문이 올해도 곳곳에 걸린다. 자연과 환경, 인간이 서로 상생하지 못하여 고해가 한이 없는 요즈음 세상에 우리가 전해야 할 은혜의 소식, 그것은 모든 생명이 그물처럼 촘촘히 첩첩으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절대적 관계라는 자각과 그 자각에 대한 실행 촉구의 메시지여야 한다. 

세상이 누가 우리에게서 아무 일 없던 온전한 공기를 빼앗아갔느냐고 탓할 때, 우리는 그 공기를, 돌려오는 은혜의 바람을 세상에 일으켜야 한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미세 먼지부터 시작해 전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지구 온난화 등 자연과 환경이라는 문제에 사은이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누가 어떻게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되돌려 주겠는가. 개인 의식 전환에서 시작해 시민 사회의 각성과 각성에서 나온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일 때 세상을 덮은 먼지가 벗겨지고 맑은 공기가 돌아올 것이다.

대각개교절을 맞으며 교단 내에서는 인류가 처한 환경적 고통에 민감히 눈떠 각성을 새로이 하고, 교단 밖으로는 사은의 메시지와 환경 운동을 전개해 나가 세상을 살리는 일에 현실적인 기여를 해야 할 때다. 인류와 자연의 끊어져가는 천륜을 사은의 윤리로써 우리가 이을 때다.

/샌프란시스코교당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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