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응준 교무] 성가에서 1부 새회상을 시작하면서 서곡과 발곡을 포함한 원불교 성가는 마치 한곡의 오페라나 서사곡 모음집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곡과 교가를 통해 프롤로그가 만들어 졌다면, 3장 성지찬가를 통해서는 새 회상이라는 무대위에 그 배경이 그려지는 순서로 볼 수가 있겠다. 

극음악에서 무대를 감추고 있던 베일이 올라가면서 빛과 조명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무대가 드러나는 순간은 보는 이들에게 설레임을 제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극장의 막이 내려와 있고, 지휘자가 등장하고, 서곡이 연주되면서 극의 흐름을 예측하게 유도한다. 그리고 서곡이 마치고 막이 올라가면서 밝아진 무대는 더욱 그 음악에 대한 첫 이미지를 만들고 기대감 갖도록 한다. 그렇기에 성가 3장은 성지를 한번이라도 다녀온 순례자에겐 더 큰 설레임으로 다가 올 것이다. 

또한 이 곡은 종교적 배경에 대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가창과 감상을 하면 좋을 듯 하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위로 받는 것은, 그 음악이 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억, 에피소드, 이러한 일들이 함께 저장돼 있는 음악은 가끔 우리를 시간여행자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새 회상이 열리는 장소로서의 성지는 그 만큼 신비스러운 이미지와 세상의 개벽이 시작되는 엄청난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고 끌어 올릴 수 있어야 겠다. 이렇게 스스로 성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성지 찬가에 대한 찬송은 감동과 신앙성이 극대화 된다고 본다.

동방의 새 불토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샘물의 원천인 우리의 성지가 우리가 갖추고 있는 신앙적인 이미지와 결합 할때, 세상 변화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우주의 중심과 같이 거대한 존재로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가사 중 '정주라 고요히 삼천년 기다린 터'에서 정주는 영광의 옛지명으로 삼천년 전, 미래 세상, 성자의 탄생을 품은 과거의 지명이었음을 알고 부른다면, 성가의 전체 흐름에서 이 부분이 더욱 감성 짙게 다가오고 불러 질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19년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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