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밥차, 2차 연장 유종의 미
봉공회원 일심합력, 벅찬 감동

17일 오도철 교정원장과 양원석 강원교구장은 강홍조 교무의 안내로 이번 산불로 교도로는 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속초교당 조순구 교도의 전소된 주택을 찾았다. 건평 70평인 2층 주택이(뒷편) 형체도 없이 잿더미가 됐다.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원봉공회의 빨간 밥차가 21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성군 이재민 노연우씨(새마을부녀회)는 "빨간 밥차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맛있다. 봉사하신 분들도 모두 굉장히 친절하고 마음에 든다"며 "저도 새마을부녀회 소속으로 그동안 봉사를 해왔는데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이분들을 보면서 봉사를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신다니까 너무 서운하다"고 말했다.

4일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여의도 112배인 1,757ha를 태우고, 이재민 562세대인 1,205명을 발생시켰다.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를 필두로 서울교구 봉공회,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 원불교중앙봉공회, 재단법인 세계봉공재단, 강원교구 등이 이튿날 신속히 피해지역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수많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어느 단체보다 신속하게 빨간 밥차를 고성지역 대피소인 천진초등학교로 출동시켰다.

그러나 강원도민과 재해민들에게 원봉공회의 빨간 밥차를 주축으로 한 교단적 봉공 정신이 진가를 인정받게 된 시점은 식사 배급 이튿날부터였다. 원래 2박3일을 계획했던 빨간 밥차가 곧 빠진다는 소식을 들은 이재민들이 이를 붙잡은 것이다. 빨간 밥차보다 뒤늦게 도착한 타 봉사단체가 지급하는 음식이 인스턴트나 기관 식당에서 배달된 것이어서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게 그 이유다. 지역민의 요청으로 일주일 연장하면서 전 교구 봉공회원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공지까지 띄우게 된다. 교단적 합력이 이뤄진 셈이다. 원봉공회 봉사정신은 밥차 첫날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펼친 KT 사랑의봉사단까지 감명을 받게 했다.

안철희 KT사랑의봉사단 팀장은 "4일부터 빨간 밥차 봉공회원 분들과 호흡을 맞추며 일해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분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아 '어떻게 이 분들은 즐겁게 일을 하실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원불교란 종교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며 "항상 새벽에 일찍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데도 힘들거나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고 늘 밝은 미소로 맞아주고 인사하고 밝게 대하는 모습 속에서 봉사가 생활화되어 있는 모습을 느끼고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빨간 밥차가 철수할 시간이 다가오자 이제는 고성군에서 붙잡았다. 중앙총부에 공문까지 보낸 고성군의 요청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 일주일을 더 연장하게 된 것이다.

밥차 현장의 봉공회원들을 격려하고 고성군에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17일 방문한 오도철 교정원장을 맞이한 이경일 고성군수는 "여기 봉사하시는 분들이 다른 단체보다 성심껏 해주신다. 대피소를 자주 다녀보는데 이렇게 다른 단체보다 더 극진할 수가 없다"며 "다른 곳도 열심히 하지만 여기는 제가 특히 눈여겨 보았다. 참 열심히 해주셔서 더 연장해 달라고 했다"고 교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오도철 교정원장도 "고성·속초에 뜻하지 않는 산불재해로 고통이 심한 이재민들게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재해가 복구되는 과정에 저희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와 각 구호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마시고, 우리 교단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길들을 찾아 군과 의견을 나누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고성군과 강원교구에 은혜나눔 성금을 전달한 오 교정원장은 교도 가운데 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속초교당 조순구 교도의 전소된 주택을 찾았다. 다행히 조 교도는 산불화재가 나기전 저녁식사 약속으로 시내에 머물고 있다가 산불화재경보가 발동돼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거의 모든 속초시내가 통제돼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17일 교단을 대표해 오도철 교정원장이 이경일 고성군수에게 산불피해 성금을 전달하고 봉공회원을 격려했다.

속초교당 강홍조 교무는 "그날 속초는 아비규환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시장가방에다가 옷 몇가지만 챙겨넣을 수 있는게 전부였다"며 "휴대폰으로 긴급대피 명령이 36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 교도가 속초 시내에 있어 인명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같은 동네로 귀촌해 생활하던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 가옥도 이날 함께 전소돼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은 영산 성지고, 합천 원경고 등 당시 생소했던 대안학교가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도록 힘쓴 바 있다. 당시 인연이 됐던 한울안중학교 곽진영 도무와 조정근 원로교무, 그리고 한덕천 서울교구장은 18일 그를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하자 "그때가 벌써 20여 년도 넘은 일인데 아직도 잊지 않고 찾아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며 감사를 전했다.

원봉공회 빨간 밥차 운영이 원만하게 이뤄진 데에는 게스트하우스(속초스테이) 3층 전층을 흔쾌히 내놓은 강남교당 오달원·김해인 부부의 배려가 기초가 됐다. 밥차 운영을 마치고 퇴근하는 저녁이면 봉공회원들은 큰 불편함 없이 휴식과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고된 피로를 회복해 다음날 봉사활동에 다시 전념할 수 있었다. 또 초반에 밥차 운영이 자리잡기까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식재료나 양념, 밑반찬 등을 책임지고 조달했던 속초교당 안종성 교도회장과 고현성 봉공회장의 역할도 빨간 밥차의 원활한 운영의 밑거름이 됐다.

양원석 강원교구장은 "원봉공회 빨간 밥차와 원봉공회, 각 교구 봉공회원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봉사에 임해서 우리는 정말 몸둘 바 없이 감사한 마음이다"며 "덕분에 고성군수를 비롯해 재해대책위원회에서도 정식으로 밥차 운영 연장을 요구할만큼 그 정성을 인정받고 원불교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도 이쪽 지자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교구 내 재가출가가 합력해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15일~16일에는 좌산상사가 이곳을 방문해 봉공회원들을 격려하며 식재료 다듬기, 식사 배급, 설거지 등 이재민을 위한 밥차 봉사활동을 함께 했다.

16일 좌산상사가 방문해 봉공회원들과 함께 식사배급, 설거지 등 밥차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2019년 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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