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성리품12장에서는 "대종사 영산으로부터 봉래 정사에 돌아 오사 한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영산에서 윤선으로 이곳에 올 때에 바다 물을 보니 깊고 넓은지라 그 물을 낱낱이 되어 보았으며 고기 수도 낱낱이 헤어 보았노니, 그대도 혹 그 수를 알겠는가.' 하신데, 그 사람이 말씀 뜻을 짐작하지 못하니라"고 했다. 

먼저 바닷물을 <맹자>에서는 '공자께서 동산에 오르시고 노나라가 작다하시고, 태산에 오르시고 천하가 작다고 하시니,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에 대해 말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에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라고 해, 바다와 성인을 대비하고 있다. <주역>에서 물은 감괘(坎卦)로, 하늘의 진리가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모든 물이 모이는 바다는 진리를 밝힌 성인의 광대하고 무량한 가르침의 세계를 의미한다.

<맹자>에서는 이어서 물에 비유하여 마음 공부하는 지혜를 세 가지로 논하고 있다. 첫째, 여울목에서 물결치고 부딪치는 것을 보고는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역경도 흐르는 과정에 있음을 배우며, 둘째는 물에 비취는 일월의 빛을 보는 것으로, 내 마음속의 빛나고 있는 밝은 덕을 깨우쳐야함을 알며, 셋째는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채우는 것과 같이 어려움이 있으면 반드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주역>에서 물은 2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하늘이 내리는 은택으로, 그 사람의 지혜와 은혜를 깨우쳐 주고, 다른 하나는 하늘이 주는 고난으로,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서 길러주는 것이다. <주역>의 29번째 괘인 중수감괘(重水坎卦)에서는 '습감(習坎)은 어려움이 거듭하는 것이고(습감 중험야·習坎 重驗也)', '물이 연거푸 이르는 것이 습감이니(수천지 습감·水   洊至 習坎)'이라 해, 하늘이 주는 고난이 연거푸 있는 것이 감괘라 했다.

감괘의 효사에서는 물결이 거듭하듯이 삶의 고난이 거듭할 때에는 덕을 높이 받들어 이겨나가야 하며, 또 물이 웅덩이를 채우지 못할 때는 마음의 뜻을 공정하게 가져 채울 때까지 정성을 다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음 '고기 수도 낱낱이 헤어 보았노니'에서 물고기는 천풍구괘에서 '감싸는데 물고기가 있으면 허물이 없고, 물고기가 없으면 백성을 멀리하는 것으로 흉하다'라고 해,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를 무리 지어 살아가는 백성으로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대종사가 '바다의 깊고 넓은 것을 낱낱이 되어 보았다'는 것은 하늘의 진리를 밝혀 모두 알았다는 것이고, '고기 수를 낱낱이 헤아려 보았다'는 것은 성인의 진리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의 모습을 모두 알았다는 것이 된다.

또 마지막 문장에서 '그 수'는 물고기의 숫자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의 바닷물과 고기의 수를 모두 의미한다. 

즉, 그 수는 진리를 드러내는 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치를 나타내는 수이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9년 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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