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장담은 함부로 하지 마" 원장님은 껄껄 웃었지만, 내 표정은 단호했다. "아니요, 장담할래요. 전 섭외 들어오면, 무조건 한다고 할 겁니다." 벌써 1년 전이다. 근무 중 가장 큰 난제는 섭외하는 일이었다.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아주 마땅한 분만 섭외 하는데 '거절의 이유'가 많은 것이 늘 안타까웠다. 자신이 없다하니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라는 답변도 또 그렇게 안타까웠다.

제중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준비는 언제 다 마친다는 말인가. 그 날 회의도 거절당한 섭외가 이슈였다. 답답해진 내가 한마디 뱉은 것이 '이 모든 스토리'의 시작이다. 

"전요, 저한테 뭐 해 달라 하면 무조건 할 거예요. 훈련원에서 전화 오면, 죽어도 한다고 할 겁니다." 옆에 있던 직원들은 너에겐 섭외전화가 안 올 거라며, 깔깔 거리고 웃었다. 나도 '맞다'  맞장구치며 함께 웃던 즐거운 분위기 속에, 원장님이 따뜻한 말투로 한마디 한 거다. "그래도 장담은 함부로 하지 마."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다. 덜컥 원불교신문사 전화를 받았다. 

1년간 교리여행을 연재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거절의 이유가 순간적으로 10개도 넘게 떠올랐지만, 하필 내가 한 '장담'도 같이 떠올라버렸다. 왜 내가 그 말을 했을까,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었다. 장담하지 말라던, 원장님의 미소도 떠올랐다. 못 하겠다고 딱 잘라 거절하기엔, 내가 한 장담이 내 발목을 부여잡고 있다. 

생각이 번개처럼 흐른다. '그래도 10년 뒤에나 요청 받을 줄 알았지, 누가 지금 할 수 있다고 했나.' 준비가 안 되었다는 핑계에 내 스스로 붙인 대답은 이거였다. '제중이 지금이지, 언제 준비는 다 마친단 말인가.' 또 생각을 이어간다. '일은 일대로 못하고, 글은 글대로 못 써 매일 괴로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견적이 안 나온다. 이미 충분히 힘들고 바쁜 훈련원 생활 아닌가. 게다가 말이 1년이지,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어떻게 쓰나' 결론이 났다. 내 성정엔 불가능한 일이다. '거절해야만 한다' 머릿속에선 거절하라는 경보가 울렸다. 헌데 이놈의 양심이 말을 보탠다.

'너 장담했잖아.' 결정 할 수 없던 나는 원장님께 쪼르르 달려갔다. 내 성격을 아시니, 원장님도 '하지 말라 할 수 있다' 판단했다. 오산이었다. 원장님은 배시시 웃으며 심플하게 한마디 했다.

"공부삼아 해봐." 그렇다. '공부삼아' 그 한마디가 나를 오늘까지 이끌어줬다. 힘들 때마다 생각했다. '공부삼아', '공부삼아'라고. 공부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었다. 공부로 삼아야만 한다. 그리고 글 쓰는 덕분에, 내내 교전을 놓지 않았다. 평소 많이 읽어야, 경계 중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산종사는 '천지도 비를 내리려고 하면 몇 날 며칠 공을 들이듯 공부인도 꾸준히 적공을 해야 도를 이룰 수 있느니라'고 법문했다.(〈대산종사법어〉 적공편 3장)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강제적인 꾸준함이 결국은, 나를 조금은 더 키워준 것 같아 감사하다. 돌아보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또랑또랑 교리여행'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큰 교훈하나를 얻었다. 이제 장담은 함부로 하지 않으련다.

/교학대 서원관

[2019년 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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