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 요구
반려동물·평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 필요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5월을 흔히들 가정의 달이라 한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성년의 날(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날이 이어지는데 부모님께 혹은 자녀에게 선물을 많이들 하는 만큼 이쯤이면 무엇을 선물해야할지 고민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묻는 질문에 '반려동물'이 순위에 오르내리곤 한다. 

2015년 한 어린이 채널에서 4~14세 아동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은 214명의 어린이가 반려동물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답했다. 2016년 한 조사에서도 반려동물은 받고 싶은 선물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한 대기업 블로그에서 정서에도 좋고 책임감도 기를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날 선물로 '애완동물'을 권하기도 했다.

만약 실제 내 자녀, 조카 혹은 부모님이 선물로 반려동물을 원하실 때 어떻게 해야할까

해당 기업에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붙이기는 했으나 이러한 현상은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기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지만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쉽게 결론 내리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생명을 키우는 데 있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는 그 동물의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펫샵 등에서 반려동물을 사올 때 대부분 어린 동물의 귀여운 모습에 반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대부분 반려동물의 어린 시절은 수개월에 불과하며, 보통 15년 남짓의 기간을 보호자로서 동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처음 사왔을 때와는 외모로 빠르게 변하며, 사회화교육 등을 제대로 시키지 않을 경우 분리불안, 배변문제, 짖음으로 인한 이웃주민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의료비 문제도 만만치 않다. 펫사료협회에서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 양육자의 77.8%, 고양이 양육자 60.2%가 최근 1년 내 동물병원을 방문했으며, 반려가정에서 1년간 평균 25.5만원 이상 동물병원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사료와 각종 반려동물 용품을 위한 비용까지 더해진다면 경제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데려온다면 결국 유기행위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지난 10년의 통계를 보면 매년 8만~10만 마리 정도의 유기·유실동물이 발생했으며, 2017년에는 10만 마리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에는 12만 마리(추정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 아니라 심할 경우 동물에게 학대를 가해 상해를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2017년 동물자유연대에 제보된 학대제보는 동일사건, 단순 방치 등을 제외하더라도 380건 정도가 접수됐으며, 일부는 고발조치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최근 강원도 산불 당시 SNS에 '목줄이라도 풀어주세요'라는 게시물이 공유됐다. 내용인즉 대피시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목줄이라도 풀어줘 도망칠 기회를 주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릎 쓸 수 없다는 의견과 그래도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서민 단국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4월14일자)를 통해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를 묶어서 키우는 문화라는 점과 목적이 무엇이든 자신이 기르기 시작했다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하고, "위기에서 구하지 못할 거면 기르지 마시라"고 일침을 놓았다.

결국 인간을 포함해 다른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며, 그 각오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일은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비극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여의도교당

[2019년 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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