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21년 소태산 대종사는 신도안을 방문해 수양도량을 만들라 당부하며 "천여래 만보살이 날 곳이다"고 말씀했다. 이 뜻을 이어받아 정산종사가 원기46년 대산종사를 비롯해 교단 주요 간부를 신도안으로 보내 훈련도량 준비에 나섰고, 정산종사는 열반 전날까지도 신도안을 크게하라고 부촉했다. 

대산종사는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이같은 유시를 받들어 신도안에 주석했고, 이후 최초 훈련기관으로 삼동수양원(현 삼동원)을 발족했다. 대산종사는 "정산종사께서 '길룡에서 탁근하고 신룡에서 개화하며 계룡에서 결실하고 금강에서 결복한다'고 하셨다"고 법문했다. 

또한 대산종사는 수시로 대전과 충청권이 발전할 것이라는 정산종사의 유시를 밝히며, 항상 익산성지의 내총부, 계룡지역의 외총부를 수시로 강조했다. 

스승님들의 이같은 부촉은 계룡지역을 바탕해 교단이 어떤 목표를 염두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례다.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시작돼 정산종사, 대산종사의 경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단은 원기68년 정부가 신도안 일대 군사기지화 확정에 대한 정부방침(일명 6.20사업)을 통고해 삼동원이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계룡지역에 대한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의 유시를 서서히 잊고 있는 듯하다. 그토록 스승님들께서 계룡을 강조했음에도.

현재 세종시를 비롯해 충청권의 발전은 선대 종법사님들의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 충청권의 도약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더구나 한국의 기성종단인 조계종과 천태종, 가톨릭과 개신교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세종지역 기반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거의 정책적 요충지로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교단은 스승님들의 경륜을 얼마나 이어받아 그 뜻을 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얼마 전 '교정원 서울 이전'이라는 계획이 논의 된 바 있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며 그에 따라 시대에 맞춰 가는 고민이 필요함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종사와 정산종사, 대산종사는 교단의 주요거점지로 서울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지난 총부법회 때 서울교구장을 역임하고 퇴임한 원로교무의 설교 중 "서울교구청에서 유린까지 운전하면 한 시간이 걸리더라.

익산에서 서울까지도 한 시간 거리다"라는 말씀이 기억난다. 서울지역 활동에 있어 지리적 위치는 큰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다. 또한 정산종사와 대산종사는 통일 이후에도 대전·충청권지역이 한국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말씀도 남겼다. 선대 스승님들의 유시가 담겨 있는 곳이 계룡이며, 대산종사가 그토록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뜻을 받들어 외총부를 강조했다면 우리는 이 말씀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9년 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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