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법마상전은 법과 마가 서로 싸운다는 뜻이다. 법은 진리나 불법을 말한다. 모든 존재가 의지하는 궁극적인 세계가 진리이며,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진리를 설하거나 중생구제를 위한 가르침이 불법이다.

마는 마왕마순, 천마, 악마로 번역됐으며, 원래의 의미는 죽음, 죽임, 장애 등을 뜻한다. 수행자의 발심과 서원을 꺾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파괴하며, 모든 의지를 상실하게 하여 마침내 죽음의 수레바퀴인 윤회에 빠지게 한다.

법과 마가 싸우는 모습은 석존의 성도 과정에서 잘 보여준다. 탄생상, 고행상, 항마상, 설법상, 열반상 등의 불상 중 항마상은 오른손을 오른 무릎 위에 놓은 채 손가락을 가볍게 땅에 댄 항마인(降魔印) 혹은 촉지인(觸地印)이라는 형태를 하고 있다.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 정좌하여 대각에 이르는 험난한 과정에서 석존은 욕계(색계, 무색계와 더불어 삼계라고 하며, 인간과 신들이 사는 곳이다)의 가장 높은 곳인 제6천인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남의 것을 빼앗아 즐기는 마왕이 사는 곳)을 주재하는 마왕파순의 공격을 받는다.

욕계는 욕망이 지배하는 곳이다. 석존이 수행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면의 욕망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마왕파순은 권속을 보내 방해한다. 처음에는 마녀가 변신한 미녀를 보내 유혹하며, 나중에는 지하의 군대를 보내고 최후에 마왕은 칼을 들이댄다. 석존은 지신(地神)에게 "천상천하에 이 보좌에 앉을 사람은 나뿐이다. 지신은 나와서 증명하라"고 외친다. 지신은 이 소리를 듣고 나와서 증명하는데 그 때의 장면이 항마상이다.

마녀나 마군은 인간의 온갖 번뇌와 욕망을 말한다. 오온(五蘊, 색수상행식)으로 구성된 인간의 몸은 백팔번뇌로 표현되듯이 숱한 번뇌로 오염되어 있다. 몸에 대한 집착이나 헛된 생각으로 인해 갖은 욕망을 배출한다. 잘 살펴보면, 인간은 번뇌와 욕망에 괴로워 신음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일생 한 순간도 편안할 날이 없다. 2천 5백 년 전 석존은 이것을 명백히 밝혔다. 열반은 이러한 번뇌와 욕망의 화염이 완전히 꺼진 상태를 말한다. 해탈은 이를 기반으로 윤회전생의 덫마저도 완전히 벗어버린 경지다. 

법마상전급은 수행의 마지막 단계다. "탐심·진심·치심을 내지 말며"는 모든 고통의 원인인 무명, 자기중심성으로 인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자가당착의 모순, 미망(迷妄)에 빠져 자신의 존재의미를 상실한 상태로부터 벗어나 무애자재(無碍自在,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아 걸림 없는 천성이나 본성에 의거한 자유로운 모습)한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법위가 항마위에만 오르더라도 천인, 아수라가 먼저 알고 숭배하나니라"(〈대종경〉 불지품9장)라고 설한다. 우주의 어떤 존재도 위없는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결정짓는 소질, 성격, 계급, 우리를 묶고 있는 혈연, 지연, 학연, 우리를 틀 지우는 인종, 민족, 국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관념, 이념, 사상 등으로 어리석게도 자승자박하여 자신을 스스로 처벌하고 있다.

법마상전급 10계는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대자유인이 되는 치열한 전투의 장이다. 법으로 무장한 우리가 전투에서 거두는 하나의 승리는 불토낙지로 그만큼 나아간 것이다. 

/원광대학교

[2019년 5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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