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청년 대종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원기4년 1년간의 피땀 어린 방언공사를 마치고 2만6천 평의 농지를 새로 얻는다. 기적과 같은 역사다. 방언공사의 가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바로 4월26일(음력3월26일) 산상기도를 결제한다. 대각 세 돌이 되는 날이고 방언공사를 완성한 날 바로 기도를 시작했으니 대종사의 주도면밀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음력 10월6일 해제까지 삼육일 기도를 거행하니 매월 6일, 16일, 26일 세 번 각자 맡은 아홉 봉우리에서 혈심으로 기도했다. 기도가 깊어지던 8월21일(음력7월26일) 드디어 백지혈인의 이적으로 법인성사를 이루니 여기서 법인절이 비롯되었다.  

우리 교단의 4축 2재가 모두 소중하지만 법인절은 대각개교절 만큼이나 의미 깊은 경축일이다. 대각개교절이 박처화라는 청년 수행자가 진리의 깨달음을 통해 소태산 부처로 거듭남을 기념하는 날이라면 법인절은 9인 제자가 새로운 사명을 깨달아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무한책임을 실천하기 시작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소태산의 깨달음과 제생의세의 경륜이 비로소 9인 제자들의 것이 된 날이다. 법인성사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어도 여한이 없다)으로 상징되는 법인정신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까.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법인절을 중심으로 기도하자. 교화 현장에선 다양한 기도가 행해지고 있다. 1000일 기도도 행해지고 100일 기도는 더 자주 행해진다. 입학, 사업성공을 위한 기도나 전반기와 후반기 50일씩 나눠서 100일 기도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도마다 나름의 필요가 있지만 되도록 대종사와 9인선진들이 기도정성을 모았던 기간에 맞춰서 기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보면 어떨까. 10일 단위로 예회와 기도를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일주일 단위로 예회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당시와 꼭 같이 맞추기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8월21일을 기점으로 삼아 100일을 한정하고 기도를 하면 어떨까.

8월21일 법인절과 100일 기도 문화를 접목시켜본다면 8월21일은 기도 해제일이 되고 5월14일은 기도 결제일이 되는 셈이다. 이 기간 안에 일요일이 14번 있으니 그 옛날 소태산 대종사와 9인 선진들이 함께 했던 3.6일 기도 횟수와 얼추 비슷한 셈이다. 교화 현장의 흐름을 보면 대각개교절과 6.1대재까지 활발한 교화활동이 전개되다가 7, 8월에는 더위로 인해 좀 잠잠해지고 무더위의 한 가운데서 법인절을 맞이하곤 한다.

기도 정성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기도 정성을 모은 후에 기도 해제와 법인절 기념식을 겸해서 거행할 수 있도록 교단적으로 유념하면 어떨까. 올해는 법인성사 100주년의 해이다. 법인기도의 전통을 오늘날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화두삼아야 할 때이다. 이미 곳곳에서 시작된 기도들이 교단의 새로운 기도 문화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2019년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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