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마침표를 찍으면 도가 아니기에(道可道非常道), 정답은 없고 명답만 있기에(無有定法) 스승은 똑같은 질문을 하는 열 명의 제자에게 각각 다른 답을 합니다. 한 제자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지도인은 오전과 오후의 답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문답은 공부의 방향로를 제시할 뿐입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산 경전, 큰 경전으로 삼고 지도인에게 문답하고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공부인: 계속 안 좋은 일들이 생겨요. 아들은 교통사고가 났고, 저도 몸이 좋지 않아 입원했었고, 직장에서는 다른 팀 팀장이 제 험담을 하고 다녀서 평판이 나빠졌습니다. 굉장히 억울하고, 진급심사에서 떨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친한 친구가 삼재인 것 같다고 영험한 곳이 있으니 점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지도인: 많은 사람이 어려운 처지(난경)에 당하면 점을 보러 가서 부적을 만들거나 알려준 방법대로 합니다. 굿을 하는 일도 있고요. 

정산종사께서는 신앙을 하는 데 세 가지 구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근기는 우치하여 무슨 형상 있는 것이라야 믿고, 좀 지각이 난 이는 우상은 배척하고 어떠한 명상에 의지하여 믿으며, 좀 더 깨치면 명상도 떠난 진리 당체를 믿나니라"라고 하셨습니다(〈정산종사법어〉 경의편 4장).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전〉에 우리의 신앙은 '일원상의 신앙'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주셨습니다. 일원상의 신앙은 형상에 의지하거나 부처님, 하나님과 같은 절대자의 이름에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 당체인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겁니다. 하지만 '일원상의 신앙'을 모르거나 놓치면 우리의 마음속에도 형상이나 명상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정산종사께서도 이런 마음의 성질을 잘 아셨는지 신앙하는 데 세 가지 '구분'이라고 하셨지 '단계'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근기가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럴 때도 있다고 인정해주신 거죠. 

▷공부인: 그러면 제가 '일원상부처님'과 '법신불사은'께 이 위기를 잘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까요?

▶지도인: 빨리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함이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모르고 믿으면 미신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미신이 따로 없나니라. 모르고 믿으면 미신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정산종사법어〉 법훈편 14장). 우리가 일원상의 진리, 법신불사은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진리 당체를 신앙하기보다는 '둥그런 형상'이나 '일원상의 진리', '법신불 사은'이라는 이름만 신앙한다면 미신이 될 겁니다.

▷공부인: 저는 저에게 닥친 일들 때문에 너무 힘들고 괴로워 죽겠는데, 지도인께서는 당장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시지 않고 신앙에 대해서 말씀하시니 화가 납니다. 

▶지도인: ○○공부인께서 그런 마음인 줄 알기 때문에 방법을 알려드리기 전에 더 당부 드리는 거예요. 우리는 형상이나 거대한 힘을 가진 절대자에게 복을 비는 방법이 익숙하기 때문에, 진리 당체를 신앙하는 방법을 알려드려도 낯설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익숙한 방법대로 복을 빌 겁니다. 

▷공부인: 지도인께서 무엇을 우려하시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타는 제 마음도 이해해주시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지도인: 그러면 진리 당체를 신앙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신앙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심고와 기도'입니다. 〈정전〉에는 마음을 공부하면서 올리는 '심고와 기도'의 원리와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용심법 '심고와 기도'라고 할 수 있겠죠. 대종사께서는 "즐거운 일을 당할 때는 감사를 올리며, 괴로운 일을 당할 때에는 사죄를 올리고, 결정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는 결정될 심고 혹은 설명기도를 올리며, 난경을 당할 때에는 순경될 심고와 혹은 설명기도를 올리고, 순경을 당할 때에는 간사하고 망녕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심고와 혹은 설명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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