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마음을 담아 아낌없이 표현하면
아이들도 기꺼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원불교신문=김철훈 교무]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한울안중학교 학생들과 마음공부를 함께한지도 어느덧 일년이 지났다. 오늘도 "교무님!" 반갑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본다.

평범한 교당에 부임해서 청소년 교도들을 대상으로 교화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나는 육군3사관학교 승룡교당과 지난해 개교한 한울안중학교에 부임하게 됐다. 한울안중학교 1회 입학식 날, 법복을 입고 단상에서 설명기도를 올리는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연한 일이다.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원불교는 생소한 종교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결코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던 첫 만남. 무엇보다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최우선임을 알게 됐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한울안중학교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교무님도 당직 근무를 서야하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두번 고민할 것 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도 되지 않는 마음공부 수업은 너무 짧았다. 그런 나에게 아이들과 하룻밤을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게다가 아이들의 생활공간에 함께 들어가 그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교화자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였다.

그렇게 지난 일년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정말 아낌없는 사랑을 줬다. 아이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정말 진실했기 때문에 더 떳떳하고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은 반드시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나를 경계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못마땅해 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의 둘도 없는 단짝이 됐다. 처음에는 내가 주는 간식들을 받아 가던 아이들이 이제는 직접 만든 과자와 쿠키를 준비해 놓고 나를 기다린다. 

고민하면 기회는 찾아온다. 그 기회가 번거롭고 고생스럽게 여겨진다 하여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회를 맞이하고, 감사한 만큼 아낌없이 표현하자. 특히 청소년교화는 더욱 그래야 하는 것 같다. 작은 곰 젤리 하나에도 크게 기뻐하는 게 아이들이다. 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여 표현을 주저하지 말자. 진실한 마음을 담아 아낌없이 표현하면 아이들도 기꺼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준다.

돌아보면 교화자로서 정말 은혜로운 한 해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했고, 진실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아낌없는 표현이 어떤 기술이나 기법보다 우선이라는 것도 체험했다.
올해도 열세명의 1학년 학생들이 입학했다. 올해는 든든한 나의 2학년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난다. 올해도 진실한 마음과 아낌없는 표현으로 즐겁고 따뜻한 한울안중학교를 만들어 가기로 다짐한다.

/승룡교당, 한울안중학교

[2019년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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