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일을 당할 때는 사죄를
난경을 당할 때에는 순경될 심고와 설명기도를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마침표를 찍으면 도가 아니기에(道可道非常道), 정답은 없고 명답만 있기에(無有定法) 스승은 똑같은 질문을 하는 열 명의 제자에게 각각 다른 답을 합니다. 한 제자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지도인은 오전과 오후의 답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문답은 공부의 방향로를 제시할 뿐입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산 경전, 큰 경전으로 삼고 지도인에게 문답하고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심고와 기도'를 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공부인은 자신할만한 법신불 사은의 은혜와 위력을 알았으니 이 원만한 사은으로써 신앙의 근원을 삼고 즐거운 일을 당할 때는 감사를 올리며, 괴로운 일을 당할 때는 사죄를 올리고, 결정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결정될 심고와 혹은 설명기도를 올리고, 난경을 당할 때에는 순경될 심고와 설명기도를 올리고, 순경을 당할 때에는 간사하고 망녕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심고와 혹은 설명기도를 하자는 것"이죠. 

▷공부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왜 하필 '당한다'고 표현하셨나요? '당한다'는 표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기를 당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별로 느낌이 좋지 않은데.

▶지도인: '당한다'는 것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처했다는 겁니다. 살다 보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즐거운 일, 괴로운 일, 결정하기 어려운 일, 난경(難境), 순경(順境)이 오기도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그럴 때 이렇게 심고와 기도를 올리라고 알려주신 거죠.

대산종사께서는 "달의 이치만 알아도 너희 삶이 궁핍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달은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르죠. <정전> '심고와 기도'에는 음양 상승의 이치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즐거운 일을 당할 때, 순경을 당할 때는 달이 차오를 때입니다. 

대종사께서는 달이 차오를 때 달이 다시 기울어지는 것을 모르고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공부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방법이 바로 감사를 올리고, 간사하고 망녕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심고와 기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괴로운 일을 당할 때, 난경을 당할 때는 달이 기울 때이죠. 대종사께서는 달이 기울어질 때 남을 원망하고 자신을 자학하기 보다는 '달이 다시 차오르게 될 것을 미리 알아라. 그러니 사죄를 올리고, 순경될 심고를 올리도록 해라'하고 그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심고(心告)란 내 마음의 달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고 내가 내 마음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공부인: 잠깐만요. 그러면 이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요? 당황스럽네요. 

▶지도인: 여기서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른다는 음양 상승의 이치, 일원상의 진리를 알고 기다리는 것과 모르고 두려움 속에 기다리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음양 상승의 이치를 알면 "이미 면할 수 없는 가난이면 다 태연히 감수하는 한편 미래의 혜복을 준비"(〈대종경〉 인도품 28장)할 수 있는 지혜가 생깁니다. 위기는 위험할 때이지만 동시에 마음을 공부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심고와 기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신앙을 하다 보면 생활 속 용심법 신앙이 되지 않아 힘이 없습니다. 정기 훈련법이 상시 공부의 자료를 준비하는 공부법이 되고, 상시 훈련법이 정기 공부의 자료를 준비하는 공부법이 됩니다. 

심고와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올리는 심고와 기도가 평상시 마음을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서로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어 잠시도 일원상의 신앙을 떠나지 않는 길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사은의 위력을 얻어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며 낙있는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정전〉 제3 수행편 제9장 심고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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