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중훈 교무] 대학 수학기에 이웃종교의 청소년교화 실태를 연구 발표한 적이 있었다. 나는 개신교의 청소년교화 담당이었기에 서울의 크리스찬아카데미, 경동교회, 부산의 몇몇 교회를 직접 방문해 선교 상황 등을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이때 청소년교화와는 별도로 인상에 남은 게 있었는데, 바로 경기지역에 사는 신도가 동대문에 있는 교회까지 두 시간에 걸쳐 다닌다는 점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천주교는 신도가 이사를 하는 즉시 그 지역 성당으로 전출을 시키는 프로그램이 정착돼 있었으며, 우리 교단에서도 그와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없지 않았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교도 관리'와 교당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새삼스런 고민이 생겼다. 우리 교단은 현재 교도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자연인이 원불교의 입교절차를 밟으면 소속 교당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즉 모든 교도는 교당을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교당규정에서는 '교당은 대각전을 마련하여 신앙·수행을 지도하며, 교화·훈련 신앙의례 등을 진행하고, 지역사회에 맑음과 깨달음과 은혜를 공급하는 중심이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원불교에서 교도를 관리하는 목적을 '교당을 중심으로 교도의 신앙과 수행을 지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본다. 교도의 신앙과 수행을 지도하는 방법은 교당마다, 교무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단의 지도방법은 대체적으로 법회에 직접 참여하고 문답감정 받는 형태를 중심으로 한다. 법회 출석을 통한 문답감정 방식의 신앙 수행 지도는 교단의 교화 방법의 핵심이며, 상시훈련의 상시응용주의사항·교당내왕시주의사항과 맞닿아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에 대한 주제를 화제로 삼고자 함은 지금과 같은 과학문명 시대에 우리의 대응이 적절한가를 자문해보기 위함이다.   
 

미출석교도 관리, 유연한 해석과 인정 필요
신앙 수행 인증하는 다양한 방법 마련해야

우선 현재 교당에 출석하고 있는 교당 교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의 교도관리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이 교당으로 인도해야 할 대상들이다. 평소 신심 깊은 법사 법호인 교도님들의 가족교화 상황을 들어보면, 자녀들이 대부분 입교는 되어 있으나 중고등학교 수학을 마친 후 도시지역으로 나가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여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청소년기에 신앙이 자리 잡히지 않아서 집 근처의 가까운 교당에 나가라고 권장도 하고, 때로는 일부러 상경하여 일요일에 인근 교당에 같이 나가서 함께 법회를 보며 인도해주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은 시명 교도일 뿐 부모의 대를 이어 원불교를 신앙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여전히 법회출석교도 중심으로 교도를 관리하고, 미출석 교도는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법회 출석을 교도 관리의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면 이에 연관된 유연한 해석과 인정이 필요하다. 가령, 병원에 입원하였거나 연로해서 교당내왕이 어려울때에는 원음방송을 청취하며 신앙과 수행을 이어갈 수도 있다. 또는 다른 교도가 그를 방문하여 예회보 및 교당 소식을 전달함으로써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사례를 몇몇 교당에서 보았다. 그러나 건강하고 활동 가능한 교도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원음방송 라디오나 TV로 법회를 보는 등 교당을 방문하지 않고도 교도로서 신앙 수행을 하고 있음을 인증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세상은 그렇게 중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대학 졸업 학위를 이제는 학교에 걸음하지 않고도 받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여 학위를 받고, 그것을 자격으로 하여 취업도 하고 상위과정의 학위에 도전도 한다. 우리도 어떤 방법으로든지 교당에 출석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가능한 범주에서 교도로서 인증받고, 그래서 '나도 원불교 교도이며 이렇게 신앙 수행을 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입교 후 발심이 부족하거나 법회 출석이 어려운 환경에 당면해 있는 미래 교도를 교화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 것이며 지금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읍교당

[2019년 5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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