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가 일원상을 모시고 숭배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상 한 분만 부처로 모실 것이 아니라 천지 만물 허공 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모시기 위하여 법신불 일원상을 숭배하자는 것이니라."(〈대종경〉 교의품 15장)

이 법문으로 우리는 아주 넓고 큰 신앙관을 가진 교도가 됐다. 우리가 일원상을 봉대하는 것은 일원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일원상으로 상징된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모두 부처님으로 모시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서 일원상을 통해 법신불의 세계,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이는 단순히 불상을 일원상으로 교체한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왜 대종사는 불상 숭배에서 일원상 숭배로 전환했을까. 교의품에 이를 묻는 제자에게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교의품 12장에 불상 숭배는 부처님의 인격에 국한돼되어 있지만 일원상 숭배는 우주 만유 전체를 부처님으로 모시는 것이라 하며, 모든 죄복과 고락을 우주 만유 전체 가운데서 구할 것, 그리고 일원상 숭배를 수행의 표본으로 하여 원만한 인격을 양성할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우주 만유 전체'는 곧 '천지만물 허공법계'의 다른 표현이다.

또 한 가지는 시대의 각성이다. '이 시대는 전 세계 인류가 차차 장년기에 들어 그 지견이 발달되는'(〈대종경〉 교의품 14장) 즈음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랜 세월 불상의 위력에 대한 사람들의 각성이 생겨나고 인지가 발달하면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구하게 되는데 일원상 숭배는 바로 이런 각성과 이해에 부합하는 신앙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인류가 차차 장년기에 들어 그 지견이 발달'된다는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 일원상 숭배는 바로 이런 시대의 신앙이다. 그러므로 '복이 많고 지혜가 많은 사람은 법신불 일원상의 이치를 깨치어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숭배'한다고 하였으니(교의품 14장) 결국 장년기의 신앙은 곧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숭배하는 신앙인 것이니, 이는 거꾸로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숭배하고 신앙하는 사람은 곧 장년기의 지견과 안목을 갖춘 사람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일원상을 통해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부처님으로 모시고(처처불상), 죄복의 이치를 이해하며, '이 교리와 제도'로써 '불공'하는 것(사사불공)은 원불교 교도의 정체성이다. 원불교 교도는 사은 신앙을 하고, 사은은 곧 삼라만상, 우주만유 전체, 천지만물 허공법계임을 아는 사람들이며, 일원상으로 상징되는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신앙처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국한을 벗어나지 못하여 간격을 짓고, 좁은 울에 갇히어 인지의 발달을 저해하는 곳에도 넘칠 듯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누구나 다 가는 넓은 길을 가지 않고 좁은 문으로 들어와 새로운 신앙으로 지혜의 등불을 밝히고 너른 불공으로써 죄복 고락의 이치를 배우고 있으니 일원상을 숭배하는 것, 이렇게 호대한 신앙관을 가지고 사는 것이 자부심이요, 이러한 신앙을 알아보고 남 먼저 찾아온 것만으로도 정녕 자부심이다.

/원경고등학교

[2019년 5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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