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주제로 밝고 희망적인 곡
다시 힘차게 시작하고픈 의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봄 바람은 사(私)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 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라고, 성현들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주지마는 신 있는 사람이라야 그 법을 오롯이 받아 갈 수 있나니라." 

대산종사 말씀하시기를 "한 송이 꽃이 피니 봄이 열리고 천가지 꽃이 피니 영겁의 봄이더라. 이는 천여래 만보살의 배출을 예시한 것이다." 스승님들이 주신 법문들 중에서 봄의 기운을 표현해주신 말씀이다.

각종 꽃들이 순서대로 지고 피기를 반복하며 봄의 생명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제는 푸르고 여린 잎들이 따뜻한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계절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온 몸의 세포가 자연의 기지개와 함께 살아나고 여러 감각이 즐거워진다. 우리는 꽃을 보며 눈으로 봄을 느끼고, 따스한 바람을 통해 피부로 봄을 느낀다. 그리고 봄을 표현한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귀로 봄을 느낄 수 있다. 만물이 소생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주는 봄은 음악가들에게도 무한한 창작의 보고였다. 봄을 소재로 한 음악들은 정말 많으나 그중에서 정말 이보다 봄을 잘 표현할 수 없겠구나 하는 음악 두곡을 이번호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곡은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이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반주에 맞춰 밝은 소프라노가 독창을 한다. 이곡은 들으면 누구나 왈츠를 추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곡이다. 왈츠는 쿵짝짝 쿵짝짝 하는 비트를 가진 세 박자의 춤곡이다. 이 곡에도 그 춤곡 리듬이 곡 전체를 통해 계속 제시되고 점점 상승되는 선율이 봄바람에 몸이 살랑 떠오르는 느낌을 들게 하는 감상하기 아주 쉽고 기분 좋은 음악이다. 

많은 좋은 연주가 있지만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이름을 딴 요한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노래한 곡을 추천하고 싶다. 밝고 기교적인 음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 성악가와 본고장의 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이니 봄의 정취를 한껏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이다. 이 곡은 워낙 유명하고 많은 연주버전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야금 사중주단 사계가 연주한 곡을 추천한다. 원곡인 비발디의 사계는 서양의 현악기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을 사용하는데 이 악기들은 현을 문질러서 소리 내는 찰현 악기이다. 그와는 다르게 가야금은 현을 뜯어서 소리 내는 발현악기이다. 그래서 같은 곡이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가야금은 음색이 영롱하고 밝다. 특히 고음으로 가면 재잘대는 작은 새 같기도 하고 작고 작은 들꽃들 같기도 하다. 국악기에서 가장 귀엽고 새침한 표현이 가능한 악기인 것 같다. 이런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와 저 먼 타국의 한 음악가가 1700년대에 만든 음악이 봄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만나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대도 다르고 표현 방법도 다르지만 봄을 주제로 한 곡들의 공통적인 느낌이 있다면 밝고 희망적이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뭔가 다시 한 번 힘차게 시작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해준다.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로 대상을 받은 배우 김혜자의 수상 소감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강북교당

[2019년 5월1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