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진 교무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마침표를 찍으면 도가 아니기에(道可道非常道), 정답은 없고 명답만 있기에(無有定法) 스승은 똑같은 질문을 하는 열 명의 제자에게 각각 다른 답을 합니다. 한 제자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지도인은 오전과 오후의 답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문답은 공부의 방향로를 제시할 뿐입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산 경전, 큰 경전으로 삼고 지도인에게 문답하고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공부인: 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있나 싶어서 더 잘해주기도 했는데 소용이 없더군요. 친절하게 대해도 무시하고 계속 저를 헐뜯고 다닙니다. 제가 잘 해줘도 그러니 더 화가 나고 원망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납니다.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먼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를 보답"하자고 하셨습니다. (〈정전〉 제2 교의편 제7장 사대강령 중 '지은보은(知恩報恩)) 살다 보면 어떻게 원망할 일이 없겠습니까. 지금 당장 나에게 해롭고 손해가 되는 일을 겪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있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원망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니까 덩달아 감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커졌는데, 오히려 마음공부를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전전긍긍해야 하나 싶어서요. 

▶지도인: ○○ 공부인이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 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이때가 마음의 자유를 얻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염두에 잊지 말고 항상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갈지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정전〉 제3 수행편 제7장 무시선법)

▷공부인: 별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계속 괴롭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공부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모든 은혜의 소종래 발견해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 보답해야

▶지도인: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먼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를 보답"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원망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이나 그 일이 온통 해롭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해독만 있을 것 같은 그 사람이나 그 일에도 은혜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소종래(所從來)'란 '지내 온 근본 내력'입니다. 원망하는 마음 때문에 잊고 있었던 그 사람과 그 일의 모든 은혜를 낱낱이 살펴보면 됩니다. 즉 그 사람과 그 일을 전체와 부분과 변화(대소 유무)로 보면 놓쳤던 은혜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부인: 그러고 보니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고, 지금도 그 사람의 일을 제가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네요. 인정하기 싫지만,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겠네요. 제가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지도인: 원망할 사람에게서 감사할 일을 찾았네요. 다시 강조하지만 소태산 대종사는 무조건 감사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에서도 느껴지지만 '원망할 일'에서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는 놀이를 하면서 '원망할 일을 감사'하게 되어지는 거죠. 소태산 대종사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라고 표현하기도 하셨습니다(〈정전〉 일상수행의 요법). 원망의 에너지와 감사의 에너지는 반대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래서 원망의 에너지가 클수록 '돌리면' 더 큰 감사가 되어집니다.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라듯, 집착한 만큼 해탈하듯. '돌리는 재미', '돌리는 기쁨'이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일상생활 속 신앙이고, 감사 보은 생활의 방법입니다.

▷공부인: 그 사람 덕분에 '돌리는 재미', '돌리는 기쁨'을 공부할 수 있게 됐네요. 그 사람이 아주 조금 고맙게 느껴집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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