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20여 년이 넘도록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준 광화문 글판속에는 한 남자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잦은 병치레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아이에게 어느 날 어머니는 "책은 너의 스승이 될 수 있고 학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기점으로. 모두가 잠든 새벽에 독서를 하기 시작하여 무려 3년에 걸쳐 천일 독서를 실천한다. 

정산종사는 측량하는 사람이 먼저 기점을 잡음이 중요하듯이 우리의 공부 사업에도 기점을 잡음이 중요하다고 한다.

육타원 이동진화가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할 일 가운데 큰 일이 둘이 있는데 그 하나는 정법의 스승을 만나서 성불하는 일이요, 그 둘은 대도를 성취한 후에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 이 두 가지 일이 모든 일 가운데 가장 근본 되는 큰 일이 된다는 법문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기점은 존재한다. 이처럼 기점이란 무엇이 처음으로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시점 또는 그 지점을 의미한다.

정산종사는 공부의 기점은 자기의 마음 공부에 두고, 제도의 기점은 자신의 제도에 두라고 당부한다.

우리의 자성은 유무, 시비, 선악, 미추, 귀천 등 그 어떤 분별도 없는 자리이며, 또한 모양 소리 냄새 맛 느낌 생각 등 그 어떤 것도 여기에 머물거나 붙을 수 없는 자리로 이를 대종사는 '원래 분별 주착이 없는 각자의 성품'이라고 하고, 매순간 우리 모두에게 원래에 분별 주착이 없는 각자의 성품을 오득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로 자기 마음공부에 힘쓰라고 한다. 

어느날 노승 두 사람이 한 젊은 상좌에게 참선을 하라 하되 듣지 아니하자 무수히 꾸짖고 나서는 저런 사람은 당장에 천 불이 출세하여도 제도하지 못하리니 이는 곧 세상에 버린 물건이라고 하자  대종사는 웃으며 '화상들이 저 사람을 생각하기는 하였으나 저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참선을 못하게 하는 것도 화상들이다'라고 한다.

그러자 한 노승이 그 이유를 물으니 남의 원 없는 것을 강제로 권하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그 일을 싫어하게 함이니, 저 바위 속에 금이 든 줄을 알았거든 내가 먼저 채굴하여다가 그것을 광채 있게 쓰면 사람들이 나의 부유해진 연유를 알고자 할 것이고, 그 알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를 보아서 그 내역을 말하여 준다면 그 사람들도 얼마나 감사히 그 금을 채굴하려 할 것인가. 이것이 곧 사람을 제도하는 묘방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일상 생활속에서 마음 공부에 근본하여 모든 학술을 공부하고, 자신 제도에 힘쓰면서 제도 사업에 힘을 써야함을 당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시선법을 통해서 자성의 원리에 바탕한 마음 작용하는 공부에 힘쓰고, 상시응용주의사항 공부로 대소 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 이해를 건설해 나가는 공부에 힘써야 한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무시 무처로 매사에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용을 삼아서 육근이 무사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는 공부에 힘써야 하겠다.

[2019년 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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