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원창학원은 아침 조회 시간에 짧은 명상과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귀공자·귀공주 인성노트를 작성하는 시간이 있다. 인성노트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인성항목과 함께, 개인의 유념과 학급의 유념을 체크하는 등 대종사의 일기법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실행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처음 원창학원에 와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전교생들이 실시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아이들이 매일 인성노트를 작성하면서도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체크를 하고 있다는 데에 두 번 놀랐다.

마치 원불교학과에 입학하면 일기를 써야한다는 말에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거부감을 느끼며 왜 이런 걸 쓰고 있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왜 귀찮게 이런 걸 시키느냐며 거부감을 보였다. 스무 살 때 느꼈던 그 감정을 아이들과 공감하고 나니, 이 유무념 대조의 큰 공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한 고3 학생이 공부법 상담을 하러 왔다.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유무념 체크를 권했더니, 이미 '하루 1시간 공부하기'를 유념으로 설정했단다. 그럼에도 하루 1시간 공부를 왜 못하는가 봤더니 주로 주말에 공부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좀 줄여보라고 권했더니 원래는 '2시간 공부하기'였다며 수줍게 고백한다.

이 친구는 유념 공부를 완전 처음부터 가르쳐야겠구나 하는 마음에 내가 직접 목표를 적어주었다. 바로 '하루 1번 펜 잡기!' 내가 적어주는 유념 항목을 보고 그 학생은 해도 너무 한 것이 아니냐며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챙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가거나, 연휴를 맞이하거나, 극단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할 수 있다고 힘차게 대답했던 그 학생은 일주일 뒤에 X체크를 해서 왔다. 진짜 가족여행을 가게 됐고 펜을 들고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직접 펜 하나를 사서 손에 쥐어 줬다. 그러곤 영국 런던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했던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66일이 걸리더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딱 60일만 지속해보자고 했다.

결국 그 학생과 60일간 유념을 챙길 수 있었고, 그 친구는 하루 1번 펜 잡기에 성공했다. 뭔가 쥐고 쓰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또한 그 다음 달 '하루 1번 펜 잡고 문제 풀기'를 목표로 잡아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드디어 4달째 되던 때에 '하루 1시간 공부하기'의 목표를 정해줄 수 있었다. 그제야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게 된 것 같다며 감사를 표하던 그 학생이 이제는 하루에 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러 왔다. 자신도 자신의 변화가 신기하다며, 처음 목표로 잡았을 때에는 왜 안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그 학생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 "그 동안은 네가 성공하는 모습을 안 보여줬잖니."

위대한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기보단 사소하고 작은 챙김을 꾸준히 성공하는 것이 참다운 공부이고 자신을 믿어주는 방법임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과 함께 유무념을 체크한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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