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대종경〉 인도품은 가히 가정학 개론서라고 해도 될 만하다. 소태산 대종사는 최초법어에서 '제가의 요법'을 천명하실 정도로 인간의 도리로서 '제가'가 매우 중요한 길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인도품 41장에서 47장까지 담아, 가정을 고르게 하고 자녀를 가르치는 정신과 방법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도품 41장과 42장은 한 가정을 이끄는데 호주의 책임을 중요함을 강조하는 법문이다. 41장은 한 가정의 흥망이 호주의 정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며, 가정이 흥하기로 하면 실행해야 할 아홉 가지 방안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정의 경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 특이한 점이다.

아홉 가지 방안 중에서 세 번째 방안부터 '실업', '사업', '폐물', '원업과 부업', '생산', '자금', '폭리', '자본', '수지', '지출'과 같은 경제 용어들을 사용해 가정 경제를 흥하게 하는 방안을 정리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안도 호주 정신의 근실성과 화합을 강조했으니 이 또한 가정 경제를 운용하는데 꼭 필요한 방안들이다. 이것이 곧 '살림이 자연 불어나고' '마음공부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살림'과 '마음공부'를 둘로 보지 않는 '영육쌍전'의 정신을 보여주는 법문이라 하겠다. 

인도품 43장은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는 열 가지 방안이다. 41장에 비해서 좀 더 종합적인데, '신앙과 종교', '호주의 자격', '호주의 솔선수범', '수지 대조', '직업', '부부 사이의 자립과 책임 이행', '자녀 교육', '상속', '적당한 휴양'이다. 이 중에서 부부 사이의 물질적 자립을 요구한 것이나 자녀로 하여금 교육을 받은 뒤에 상당한 기간을 사회에 봉사하게 하는 것, 재산을 상속할 때 생활의 토대를 세우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공익 기관에 희사할 것 등은 매우 선진적이며 공익적이어서 시대를 선도하는 보편 종교로서 그 위상을 잘 보여주는 말씀이다.

인도품 45장부터는 자녀 교육과 관련된 말씀인데, 특히 45장은 자녀를 가르치는 4가지 법을 아주 조리정연하게 보여준다. 그 4가지는 심교와 행교, 그리고 언교와 엄교이다. 순서에 따라 우선해야 하거나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엄교는 철없을 때 부득이 사용하는 것이라 자주 쓸 법이 아니라고 말씀한다. 심교는커녕 부모의 욕심을 강압하고, 어리석고 불의한 행동을 하면서 부끄러움이 없으며, 오히려 잔소리와 비난이 넘쳐 교육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때, 인도품 44장의 '태교'와 함께 대종사가 제시한 자녀교육법은 얼마나 요긴한가.

이에 더 구체화된 아홉 가지 교육법을 46장은 제시하고 있고, 이어지는 47장에서 자녀교육법은 정리된다. 이 또한 결국 부모의 행실과 솔성의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씀이다. '사람이 어릴 때에는 대개 그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들어서 그 정신을 이어 받기가 쉽나니,'(47장) 부모가 되려는 자나 부모 된 자는 이 인도품 말씀을 배우고 익혀서 '한 가정은 곧 작은 나라인 동시에 큰 나라의 근본'이라는 대종사의 정신을 실현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자녀를 '착한 사람' 만드는데 이보다 나은 법을 종교가에서 찾기 어렵다.

[2019년 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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