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專務出身)이란 무엇일까. 원불교인이라면 교무부터 떠올리겠지만 도무와 덕무 그리고 기간제 전무출신까지를 더해야 한다. 전무출신 규정에는 '전무출신이란 출가교도로서 정신과 육신을 오로지 교단에 공헌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고, '전무출신의 정신'에 대해서는 '1.시방세계 육도사생의 전 생명이 자신의 생명이요, 전체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으로 안다. 2.교단과 인류와 생령을 위하여 남김없이 심신을 바친다. 3.삼학팔조와 사은사요를 몸소 실천하여 전 인류에게 전하여 줄 천직을 부여 받았다. 4.진리와 법과 공을 위하여는 신명을 다한다. 5.오직 신심과 공심과 공부심과 자비심으로 충만된 삶으로 산다.'라고 되어 있다.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무출신의 자세'에 대한 규정을 보면 전무출신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된다. '1.신성이 견실하여 진리와 법과 회상과 스승 이외에는 달리 마음이 흐르지 아니한다. 2.사가에 구속받지 아니하고 그 임무에 전일한다. 3.임무의 취지가 급료 여부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사명감으로써 이행한다. 4.교단의 명령에는 호오를 가리지 아니하고 항상 그 지정업무에 충실한다. 5.공부, 사업 양 방면으로 항상 공덕을 나툰다.'

현재 전무출신들의 생활을 보면 빈부의 격차도 너무 심하고 근무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급여는 심한 경우에는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광열비도 아껴 써야 하는 열악한 근무지에서 수십 년을 지내는 전무출신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오래도록 누리는 전무출신도 있다. 결혼 여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삶의 형태에서 오는 간극도 너무 크다. 그런데도 큰 탈 없이 하나의 교단을 유지하며 화합동진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신기하다. 

전무출신 규정을 개정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규정도 중요하지만 과연 '전무출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부터 심화시켜야 하겠다. 육일대재 전무출신 고축문 내용이다. '자신의 영욕과 사가의 흥폐를 불고하시고, 오직 순일한 정성으로써 마음은 회상에 드리고 몸은 공중에 바쳐서 천신만고와 역경 난경을 당할지라도 이를 감내하시고 초월하시며 혹은 동 혹은 서와 혹은 추위 혹은 더위에 정신을 태우고 땀을 흘리되 이를 의무로 알고 낙으로 여기사 무아봉공의 대의를 끝까지 다하셨사오니, 전무출신으로서 일심동력하신 제위의 결합이 아니시면 이 회상을 어찌 건설할 수 있었사오며, 비록 건설은 하였다 할지라도 어찌 장구한 시일에 계속 발전을 볼 수 있었사오리까.' 모골이 송연해지는 내용이다.

현실의 엄청난 변화 속에서도 전무출신 공동체가 건재함은 전무출신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이 무너지면 그 어떤 제도 변화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교단을 유지해온 근본정신은 퇴색되지 않아야 한다. 결국 우리 교단은 정신의 공동체, 정신의 결사체 아닌가.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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