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성리품 23장에서는 "한 제자 여쭙기를 '견성성불이라 하였사오니, 견성만 하면 곧 성불이 되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근기에 따라 견성하는 즉시로 성불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는 드문 일이요 대개는 견성하는 공보다 성불에 이르는 공이 더 드나니라. 그러나 과거에는 인지가 어두운 고로 견성만 하면 곧 도인이라 하였지마는, 돌아오는 세상에는 견성만으로는 도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며, 거개의 수도인들이 견성만은 일찌기 가정에서 쉽게 마치고 성불을 하기 위하여 큰 스승을 찾아다니며 공을 들이리라'"라 했다.

견성과 성불의 과정을 밝힌 것으로, 견성하는 즉시로 성불하는 근기는 아주 드문 일이고, 견성은 가정에서 쉽게 마치고 성불을 위해 큰 스승을 찾아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전자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이고, 후자는 '돈오점수(頓悟漸修)'라 하겠다. 큰 스승은 선각자(先覺者)이자 성인이다.

이에 돈오점수를 〈주역〉의 64괘로 만나보고자 한다.

먼저 돈오(頓悟)에서 담박 돈(頓)은 둔칠 둔(屯)과 머리 혈(頁)로, 〈주역〉 3번째 수뢰둔괘(水雷屯卦)의 뜻을 가지고 있다. 둔(屯)은 일(一)과 풀 철(屮)로, 이른 봄에 싹이 땅을 뚫고 고개를 담박에 쑥 내미는 것이다. 둔괘에서는 "둔은 가득 찬 것이니, 둔은 만물이 시생하는 것이다. (둔자 영야, 둔자 물지시생야, 屯者 盈也 屯者 物之始生也)"라고 해, 싹이 솟아나는 것은 가득 찬 것이 비로소 나오는 것이라 했다.

즉, 돈오(頓悟)는 본성으로 주어진 천지지심(天地之心)이 가득 차서 문득 내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또 둔괘에서는 '강유(剛柔)가 비로소 사귀고 어렵게 탄생한 것이며, 험난한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것이라'라 해, 돈오는 하늘과 내 마음이 서로 사귀어 어렵게 얻어짐을 밝히고 있다.

다음 점수(漸修)의 점점 점(漸)은 〈주역〉 53번째 풍산점괘(風山漸卦)와 만나게 된다. 점(漸)은 수(水)와 벨 참(斬)으로, 하늘의 진리를 상징하는 물과 그것을 사람이 익힌다는 뜻이다. 점괘(漸卦)에서는 "점은 나아가는 것이니, 나아감에는 반드시 돌아갈 바가 있는 것이다.(점자 진야, 진필유소귀, 漸者 進也, 進必有所歸)"라고 해, 하늘의 뜻을 익혀 자기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또 점괘에서는 "나아가 자리를 얻음은 감에 공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 바르게 함은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진득위 왕유공야, 진이정 가이정방야, 進得位 往有功也, 進以正 可以正邦也)"라고 해, 견성에서 나아가 성불에 이르는 내용을 논하고 있다. 즉, '진득위 왕유공'은 견성을 한 이후에 큰 스승을 찾아다니며 공을 들여 성인의 덕위(德位)를 얻음이고, '진이정 가이정방'은 성불로 세상을 바르게 하는 제생의세(濟生醫世)를 실천하는 것이다.

한편 성리품 7장과 8장에서 견성성불을 보면, 성품의 본래자리를 아는 견성을 하고, 잃어버렸던 권리를 회복하는 솔성을 통해 심신을 결함 없게 사용하는 성불로 나아가는 것이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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