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의식의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나 자신을 아는 공부

나를 알게 되면
인생의 도리를 알게 됩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진리의 묘리와 조화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원불교신문=정인화 교무] 이따금 타인들을 무심히 바라보거나 유심히 볼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인생의 교과서요, 제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은혜
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또 있을까요? 세상 그 어떤 예술품을 보더라도 인간만큼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완벽한 조형미를 갖춘 존재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색깔의 대비와 조화로움은 말할 것도 없고, 곡선과 직선이 미분과 적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선과 형태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목구비와 팔다리, 몸통과 각 부위의 적절한 위치와 크기가 지닌 구성을 유심히 보노라면 인간만큼 균형과 배합이 잘 된 작품은 없는 듯합니다. 스케일과 장르 면에서 보더라도 인간은 회화가 지닌 평면의 미학과 조각이 지닌 입체의 구성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나아가, 살아서 움직이기까지 하니, 퍼포먼스이지요. 각본 없는 동영상 다큐멘터리를 매번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신비로운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은 공기와 빛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완벽하도록 아름다운 인간이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생각에 따라 표정이 바뀌고 얼굴색이 변하고 눈에서는 이따금 이슬 같은 눈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때로는 칼날보다 예리한 레이저가 발산되기도 하고 입에서는 뜨거운 불을 뿜다가도 시를 외고 노래를 하는 최고의 악기가 되곤 합니다. 이런 존재가 우주 어디에 또 있을까요. 새삼, 인간으로 태어난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혜있는 사람은 나를 잘 다루는 사람
부처님 당시, 총명하고 재주 있는 바라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단 한 가지 재주라도 능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그는 천재가 아니다. 나는 천하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서 인간사를 모조리 통달했다. 내가 천하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누구하나 감히 나와 맞설 사람은 없었다"고 말하며 다녔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능력에 온갖 지식과 기술을 통달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부처님께서 이 사람을 교화하려 수도승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그대는 행실이 보통 사람과는 좀 다르구나. 그대는 누구인가?" 하고 물었고 부처님이 "나는 나 자신을 다루는 사람이요"라고 대답하자, 바라문이 얼른 이해가 안 되는지라 "아니, 자신을 다루다니요?" 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활을 만드는 사람은 활을 잘 다루고, 토기를 만드는 사람은 흙을 잘 다루고, 목수는 나무를 잘 다루나, 지혜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을 잘 다룬다"고 하시며 바라문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진리의 묘리와 조화 
대종사님께서는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천하 사람을 능히 이기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라문의 놀라운 능력이나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돈벌이와 권력, 인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잔재주를 의미하며, 자신을 이기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자신을 알아, 잘 다루는 지혜를 말합니다. 

인간 의식의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나 자신을 아는 공부입니다. 나를 알게 되면 인생의 도리를 알게 됩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진리의 묘리와 조화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람이 자신를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의 허물을 아는 것입니다. 성현이나 군자라 해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많은 약점과 허물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내가 내 허물을 알아 고치는 사람입니다. 

종교의 공통적인 원리가 이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자신의 허물을 신 앞에 회개함으로써 자유와 구원을 얻으려 하고 불교는 부처님 앞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아 죄업을 끊고 성불하려 하는 것입니다. 

정산종사님께서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천도법문을 설해주기가 어렵듯이 스스로를 살필 줄 모르는 사람에게 충고의 말을 해주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고 세상을 보는 척도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과오와 허물을 알아 고쳐나가며 
자기의 능력을 끊임 없이 키워내 역경을 이겨내고 내면의 성찰로 마음의 거래를 아는 일이며
한 생각 분별이 끊어진 마음의 본체를 알아 나와 사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알아가는 일입니다. 

다음으로 자기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IQ와 EQ, 창의력지수 CQ도 있지만, 최근에는 역경지수라는 말이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폴스틀츠라는 사람이 개발한 이론인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이 성공의 잣대가 된다고 합니다. 

누구나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역경을 당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가 기업 경영자의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는 결론입니다. 위기를 딛고 성공한 사람은 지능지수보다는 자신과 싸워 이기는 힘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더라는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도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힘이 센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는 철학의 명제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보다 오래 전, 서양 중세 기독교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오직 신의 뜻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이 명제였습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인간이 신의 뜻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간의 생각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것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종래의 신본주의 사상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는 철학의 진화였던 셈입니다. 나의 존재가 단순히 습관이나 본능에 있거나 신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밝혀 준 것입니다. 내가 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선인(善人)이고, 악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악인(惡人)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가, 유익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수시로 비춰봐서 생각을 제대로 다스리는 사람이 마음의 거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인간을 안다는 것은 마음의 본체를 아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마음은 분별하는 마음과 분별이 끊어진 마음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분별하는 마음은 의식작용이므로 누구나 압니다. 사물과 시비를 가르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본체는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 희노애락의 감정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 바탕이므로 생각만으로 알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 심지 자리는 한 생각 망념을 쉬어야 목전에 나타납니다. 

법신의 참 나 자리
지극히 고요하면서 평화로운 자리, 분별이 없으면서도 신령스럽게 아는 영지(靈知)가 다북 찬 자리가 본성자리요, 심지자리로 법신의 참 나 자리인 것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마음의 본말을 알고, 마음 닦는 법을 알고, 마음 쓰는 법을 잘 아는 것이 모든 지혜 중에 제일 근본되는 지혜가 되나니, 경에도 사람이 삼세의 일체사를 알려면 법계의 모든 일이 마음으로 된 줄 알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마음의 공부를 통하여 나와 우주만유, 인과의 관계를 알아가야 합니다. 

나와 사은과의 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두 가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사은은 나를 살게 해 주시는 생존의 은혜를 주시는 부처님이요, 동시에 죄고와 복락을 주시는 죄복의 권능불입니다. 생존의 은혜인 사은님의 은혜를 알아 감사와 보은생활을 하고 죄복을 주시는 사은님께 실지 불공하여 복락 생활을 하자는 것이 원불교 신앙생활의 본질입니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고 세상을 보는 척도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과오와 허물을 알아 고쳐나가며 자기의 능력을 끊임 없이 키워내어 역경을 이겨내고 내면의 성찰로 마음의 거래를 아는 일이며, 한 생각 분별이 끊어진 마음의 본체를 알아 나와 사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알아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위대한 인간은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입니다. 

빛을 가리우는 어두움을 미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마십시오. 인간의 아름다움을 가리게 하는 무지와 추함에도 성내거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빛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달과 별빛도 어둔 밤이 있기에 더욱 빛이 납니다. 인간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나를 아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며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강남교당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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