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최초법어! 이는 하늘이 열리고, 땅이 춤추며, 금수초목을 비롯한 만물이 환희에 휩싸이는 성자의 첫 포효다. 성불제중·제생의세를 향한 법신불의 사자(使者)로 나온 성현의 첫 말씀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을 앞에 둔 석존의 초전법륜, 예수의 산상수훈이 그랬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있지만, 진리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불불이 계세하고, 성성이 상전하는, 진리의 연쇄반응 직전 빅뱅의 장이다.

이 최초법어에는 석존의 생생한 초기설법인 〈숫타니파타(경집)〉처럼 날것과 같은 인간 삶에 기반한 진리가 그대로 응축되어 있다. 거기에는 장차 올 수많은 제자들이 의지하고 살아가며, 그 복음을 늘 새롭게 해석할 무궁무진한 보물이 들어 있다. 교법도, 교단도, 세계의 질서도 이 원석의 법문 속에 녹아 있다. 성자의 숨결, 맥박을 느끼고자 한다면 이 법문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찬란한 북극성의 심혼이 우리를 감싸는 그 열락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참으로 겸손한 분이다. 이 법어를 설하기 전, 여러 종교의 경전을 통해 자신의 깨달음이 과거의 성현들과 어떻게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유불도, 기독교 등 세계의 경전들을 보고, 그 중 〈금강경〉을 통해 연원을 석존에게 정했다. 석존을 정점으로 하는 불교의 문화와 사상, 그리고 역사가 바로 그가 나설 개벽의 무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성자들이 그랬듯이, 세계의 고통에 직면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인류구제의 개교표어를 내걸었다. 이 표어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최초법어다.

이 법어는 지구의 모든 교법을 포용한 일원상 진리에 근원한 삼학팔조, 사은사요의 핵심 교의를 잉태하고 있다. 즉, 삼학수행의 대중화력, 사은보은의 대감화력, 사요실천의 대균등력을 길러 개인의 해탈과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다르게는 인도와 사회적 정의, 도덕철학에 기반한 낙원세계 건설을 향한 일대 포부가 바로 이 법어다. 시대적 상황과 인간의 근기에 맞춘 대기설법(對機說法)이다. 

유불도가 지녔던 참된 전통 정신의 상실, 급격한 서구문명의 물질주의에 의한 비인간화, 가정·사회·국가·세계가 분열과 갈등의 상극 속에 약육강식으로 변해가는 현실적 절망에서 벗어나 구원의 희망을 주기 위한 영혼의 언어가 바로 최초법어다.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위한 이사병행·영육쌍전을 통한 입처개진(立處皆眞-세속에 처해 있으되 욕망에 물들지 않고 삶 전체가 진리를 드러내는 것)의 삶을 위한 것이다. 때문에 인간·인생을 위한 현대불교이자 현대종교로서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직전 불타오르는 성자의 혼이 깃들어 있다.

이 법어는 활불이 되는 인간개조를 향한 수신의 요법 4조, 사회의 근본터전인 가정의 행복을 위한 재가의 요법 5조, 사회와 세계 내 강약의 대립을 종식시키고 영원한 평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자리이타의 상생의 가치 구현을 위한 강자·약자 진화상의 요법 2조, 현대적 불보살의 표본인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4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최초법어는 성자의 대자비심이 흘러 넘쳐 언어가 된, 개인의 해탈로부터 세계의 불토낙원에 이르기까지의 대승정신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원광대학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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