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학교에 부임하고 처음으로 느꼈던 감상은 목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전 근무지에서도 나름대로 바쁜 편이라고 생각했다. 일반, 어린이, 학생, 청년, 경찰학교, 교도소 법회까지 일주일에 최대 6번의 법회를 진행하고 교도들을 대하면서도 목이 아프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못했는데, 학교에 근무하게 되니 첫 한 달 동안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학생 법회와 교직원 법회 외에도 일주일에 18시간의 수업을 담당하다 보니 하루에 5시간 이상은 단상에 서서 이야기하는 강행군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고 수업을 대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당에서 살면서 방석을 깔아놓고 누군가 찾아오기만을 바라는 생활을 하다 보니, 수업을 들어주는 학생들이 너무 소중하고 고마워서 목이 터져라 인생의 가치와 마음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면 수업만으로도 땀범벅이 되고 만다.

그런데 학교에서 교무이자 교사로 활동하는 이상, 교사의 역할도 해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주고 원하는 진로를 같이 고민해주며 사정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챙겨주려다 보면 자연히 수많은 서류에 파묻혀있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업무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을 텐데, 아이들의 미래와 학교의 교화가 걸린 일들이기에 열심히 해야 한다.

이번 달도 매우 바쁜 일정들의 연속이었다. 학교의 5월은 그야말로 모든 선생님이 녹초가 되는 달이다. 모든 학년이 각종 체험행사로 일정이 잡혀있는 와중에서 원창학원 학생들을 데리고 합동입교식을 진행하게 됐다. 혹자는 총부에 애들 데려와서 1시간 행사 하나 하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냐며 묻기도 하지만, 총 참여 학생 수만 수백 명에 이르는 큰 행사를 진행하는 데에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원불교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입교의 의미를 교육해나가는 중에 'DMZ 평화여행'을 준비하게 됐다. 비무장지대로 40명의 참가자를 데리고 다녀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 평화여행 전날은 아이들 25명과 천체관측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그야말로 몇 분 쉴 틈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중학교 아이들이다 보니 모든 행사에 안전교육과 학부모 동의서 등 손이 많이 가는 준비들이 필요한데, 절대 한 번에 진행되지 않는다. 교육에 빠지고, 동의서를 두고 오고, 자기 집 주소도 모른다는 아이들을 대하며 내가 점점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대종사가 왜 산에서 수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라 했는지 깨닫게 됐다.

'바로 이곳이 참다운 실력을 기르는 곳이구나!'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몸을 다해 일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들에게 표현한다면 그 어디에 마음공부가 있고 그 어디에 교화가 있을까. 한순간 한순간에 마음을 모으고 참다운 교육은 프로그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 하나와 말 한마디에 있음을 유념한다.

아이들은 종종 묻는다. "왜 교무님은 맨날 웃어요?" 그 답을 아이들이 직접 깨달았을 즈음, 참다운 교육이 완성되지 않을까?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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