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부합하는 원불교 역할 찾기
가족 간 갈등 치유를 위한 상시 프로그램 운영 필요

김수영 교도

[원불교신문=김수영 교도] 교당에 새로 오는 분들을 안내하다 보면, 이사나 직장관계로 전입해 오는 분들도 있지만, 타종교를 오랫동안 다녔거나, 그동안 종교와 담쌓고 살다가 처음으로 교당을 방문한 분들도 보게 된다. 이분들이 어떻게 원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이 시점에 왜 종교가 필요한지, 궁금하지만 대놓고 물어보기는 조심스럽다. 

그저 함께 식사하고 차를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자연스레 교당에 오게 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바쁘게 사느라 관심을 두지 못하다가,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종교생활을 한번 해 보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 오신 분들도 있지만, 가끔은 우리 신입단에서 감당하기 버거운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족 간, 혹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개선이나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상담 전문가인 교무님에게 연결해 주고, 큰마음 먹고 방문한 교당 생활을 통해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당에도 일정 규모의 전문 상담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상담인력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상담프로그램이나 가족캠프(부부, 부자, 고부, 예비부부 등)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교도들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도 공유한다면 교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그동안 사회에 난무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볼 때도 생각했던 터였다. 종종 쉽사리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사건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특히 어린 자녀에게 가해지는 부모들의 기함할 만한 만행에는 할 말을 잃을 뿐이다. 그런 사건들에는 대개 가해자인 부모의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기사가 동반되곤 한다. 그 부모 또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 그 상태로 결혼을 하다 보니 자녀와 가정에 대한 소중함도 책임감도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원불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 안 그래도 타 종교에 비해 사회적 참여도가 적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원불교에서 이러한 종교의 기능에 부합하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전에 서울근교의 수련원에서 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행복가족캠프'로 기억한다)이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반가웠었다. 그 프로그램이 그 수련원의 독자적인 상시프로그램인줄 알고 다음에 참가하려고 문의했다가 없어져서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 알게 됐는데 아마도 권도갑 교무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행복한 가족'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개별 교당마다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 각 지역별로 상시 운영해 원불교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오래 전에 한 지상파 방송에서 모스크바교당의 한글학교 행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모스크바의 한글학교가 러시아의 한류열풍을 선도하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그 주체가 원불교라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원불교'보다는 '한글학교'가 더 알려질 정도로, 국익을 위해 일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가정에서나 가족 간의 갈등은 존재한다. 갈등이 없더라도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교육도 필요하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선생님 흉을 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을 존경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성가에 '가정은 복의 터전, 나라의 바탕'이라고 했다. 

개인의 행복에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가 완성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일에 원불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강남교당

[2019년 6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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