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성 도무

[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정산종사 문동현 선진에게 글을 주니, '재가와 출가가 마음에 있고 몸에 있지 아니하며, 보살과 중생이 마음에 있고 몸에 있지 아니하나니, 생각 생각 보리심으로 걸음 걸음 삼계를 뛰어나라.'(〈정산종사법어〉 응기편 44장) 하였다.

재가와 출가를 가르는 여부는 마음에 있는 것이지, 그 몸이 처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이 말은 재가라도 출가의 심경으로 살면 된다는 말씀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는 꼭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흔히 생각에 출가를 못하여 재가하는 것이고, 재가보다 출가가 더 수승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는데, 그런 관점으로는 말씀의 본의를 알기 어렵고, 도리어 국집에 사로잡히기 쉽다.

재가와 출가는 도리어 그 몸이 처한 곳에 따른 방편적인 구분일 뿐 본질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재가든 출가든 '이 공부 이 사업'에 전심하면 되는 것이다. 재가든 출가든 '이 공부 이 사업'에 공헌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 세상 이루기 위해 모두 함께 봉공하면 되는 것이다.

대종사도 여자 교도 한 사람이 자신도 전무출신처럼 깨끗이 재계하고 기도를 올리고 싶으나 가정에 매여 있어 어찌하면 좋겠냐는 물음에 '마음 재계하는 것은 출가 재가가 다를 것이 없나니, 그대의 마음만 깨끗이 재계하고 정성껏 기도를 올리라'(〈대종경〉 변의품 14장)고 응답한 것을 보아도, 상대적 구분은 있을지언정 본질적 차이나 차별은 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씀은 종래의 모든 차별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수평적이고 열린 세상을 지향하신 대종사가 출가자 위주의 교단을 재가출가 협력 교단으로 변화시키고자 한 의지가 다른 형태로 드러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전무출신 중에서도 결혼한 전무출신을 '반무출신'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대종사를 비롯해 정산종사, 대산종사, 그리고 현 종법사까지 모두 결혼을 한 분들로서, 이들 또한 반무출신이냐는 반박조차 민망할 정도이다. 그 '반무출신'들의 자손이 다시 교단 사업을 하는 인재로 길러진다면 그 공덕이 어찌 작다고 할까.

장차 남녀 전무출신 모두 '각자의 처지에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며, 또는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길 것'(서품 18장)이며, 아울러 세대 전무출신 제도를 두어 남녀평등의 시대를 앞당겨 추구하려는 판국에 '반무출신'이라는 말은 참으로 엉뚱하다. 정산종사 말씀에 빗대어 말한다면 '전무 반무가 마음에 있지 몸에 있지 아니하다' 이를 깊이 느끼고 알아야 한다.

'세대 전무출신' 제도가 신성한 도량 생활에 맞지 않다고 하는 학인의 소견에 정산종사가 말했다. '돌아오는 세상의 법은 국한 없는 법이라야 하므로 많은 중생을 포용하여 불은을 두루 입게 하기 위하여서는 희망에 따라 내외가 다 포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보아야 하나니라.'(응기편 10장) 이렇게 명확하고 분명한 말씀에 유의하자.   

이런 혁신의 정신이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정신이다. 시대를 내다보고, 대중의 삶에 유의하여 펴시는 법의 정신을 우리는 깊이 성찰하고, 원불교가 왜 새삼스럽게 탄생했는가를 인식하여야 한다.

/원경고등학교

[2019년 6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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