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원불교의 세계 종교 간 협력은 원기 55년(1970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총회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대산종사는 총회에 교무를 파견하여 세계 종교인들에게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연합기구 창설에 대한 화두를 던졌으며, 그 다음 해인 원기 56년 원불교 개교 반백년 기념대회에서 "국제적인 종교연합기구를 통해 모든 종교의 교리적 융통과 종교적 공동과제를 토의하자"라고 주창하며 세계평화 삼대제언을 통해 종교연합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원불교의 종교연합운동은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사상과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사상에 입각하여 대산종사가 실천적 평화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으로써, 대산종사는 종교연합운동을 "종교와 민족과 사상 간의 울을 트고 합력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한 '종교 간의 대화'를 강조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이러한 평화운동을 종교, 민족, 사상 등 문화적 집합체로서의 '문명'이란 개념을 사용하여 유엔문명연대를 중심으로 '문명 간의 대화'를 열어 나가고 있다.

오늘날 원불교의 종교연합운동은 세계종교인들과 국제 사회에서 공감과 인정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종교 '간'의 협력으로서의 종교연합운동을 주장하기보다 인류사회의 모든 '울'을 넘기 위한 종교연합운동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산종사의 세계평화 삼대제언에서 공동시장 개척에 대한 주장은 유엔에서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담론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으며,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로 표현되는 대산종사의 대세계관은 유네스코가 주도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철학적 배경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인류사회의 공동번영과 공동의 미래를 지향하기 위한 '지속가능 발전 목표' 17개를 설정하여 2030년까지 인류의 공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공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시민의식을 갖추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즉,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세계시민교육은 세계평화담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원불교 종교연합운동의 경우, 이러한 두 가지 담론이 시대를 앞서 이미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산종사 당대부터 세계인들에게 공감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원불교는 국내와 해외 종교연합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해 왔다. 국내로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교무를 파견하여 세계에서 모범적인 종교 간 협력을 전개하고 있으며, 해외로는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세계종교인평화회의, 그리고 세계불교도우의회 등에 참여하여 종교 간 대화 및 협력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원불교는 종교연합운동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 온 결과, 유엔본부 내 종교 간 협력을 담당하는 종교NGO위원회(Committee of Religious NGOs at the UN)에서 세계종교인 및 단체들과 협력을 통해 세계평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냉전 시대의 종식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세계화에 의해 세계는 지금 국가, 민족, 종교, 이념 등을 초월하여 단일국가의 정체성을 가졌던 전통적인 사회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 간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어 유엔과 국제 사회는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명 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대산종사는 이러한 국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부터 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로서 종교연합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던 것이다.

내년은 대산종사가 세계종교인들에게 종교연합운동을 제의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50주년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교두보로서 교단 2세기를 맞이한 원불교의 새 시대의 평화사상과 종교연합운동의 지향점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함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내년에 때마침 약 50개국에서 400명이 참여하는 세계불교도우의회 총회가 원불교 주관으로 한국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내년 총회에서 대산종사의 종교연합운동 정신에 입각한 '문명 간의 대화'를 세계종교인들과 함께 전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원광대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6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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