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교구의 핵심 정책은 무엇인가
서울교구는 교정정책에 발맞춰 사람, 미래, 혁신 세 가지 키워드로 정책을 정했다. 비전은 '동행,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활불공동체'로 정했는데 사람과 동행하고, 미래와 동행하고, 혁신과 동행하겠다는 의지다.

'동행'이란 키워드가 크게 와닿는다
정책을 펼쳐가는데 교구가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거나, 출가 위주로 재가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재가출가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마음을 모아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구 로고까지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러한 교구의 정책이 막중한 만큼 교구 CI(Corporate Identity)를 전문인에게 의뢰하여 제작하고 정식으로 채택했다. 교구 CI를 통해 서울교구가 추구하는 가치를 쉽게 공유하고 외부에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로고를 만들었다. 이는 우리의 이미지를 만들고 우리의 정체성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통일된 명함 양식, 각 교당의 인쇄물 양식에도 적용했다.

교단적으로 청소년과 미래세대 교화가 화두다
큰 과제다. 서울에서는 현재 학생교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어린이와 대학생, 청년교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지구단위로 합동법회, 합동훈련 등 체계를 만들어 가려 한다.

서울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인가
원기100년까지 교화는 인연교화였지만, 앞으로 교화는 그것으로 어렵다고 본다. 이제는 지역교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교화는 교당 밖에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교당에 오게 할까 연구했다. 지구나 지역별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기로 했다. 지역 아이들이 교당에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합창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음악전공자들을 선발해 파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모인 곳에 어른이 따라간다.

다른 연령층도 지역교화가 대안인가
지금 교화 형태는 한계에 봉착해있다. 앞으로 종교적 욕구는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기준이 될 것이다. 부모가 다닌다고 따라오는 사람은 없다. 찾아오는 사람만 교화할 것이 아니라 밖에 사람이 오고 싶어 하는 교화를 해야 한다. 그게 지역교화다. 그래서 일단 어린이 교화는 지구별·지역별 전문 합창단을 만들어 가고, 각 교당에서는 교도 대상이 아닌 지역주민을 위한 선방을 열기로 했다. 시대적 대세가 명상이기 때문에 선도적으로 교당을 개방하고, 교구에서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전문인에게 의뢰해 무료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지역교화 중요성 만큼이나 교구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다만 대교구제를 시행하는 목적은 교화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교정원의 어려움을 현장에 전가하는 게 목적이라면 재고되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오직 현장교화의 성장에 목적을 두고 시행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교화는 교구 중심으로 교화자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욕구가 서로 다른 지역과 같은 시스템으로 교화를 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기100년까지는 인연교화,
앞으로 이런 방식 교화는 어려워

 이제는 지역교화로 나가야
교당 밖 사람들 찾아오게 하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

이를 위해 서울교구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교구는 그동안 법인을 독립해 7년 동안 준비하면서 교구운영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즉 독립법인으로 교구자치를 하는데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본다. 교구의 여러 가지 역할 가운데 기획적인 교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단독교당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한다든지, 발전하는 신도시에 들어가서 교화자원을 선점해야 한다든지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법인이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 문제도 발생한다. 서울교구는 현재 기반은 충분하지 않지만, 최대한 교구교화유지재단을 만들고, 또한 교화를 미래지향적으로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할 수 있는 지자본위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과제로 연마하고 있다.

교구가 소태산기념관 종교동으로 이사했다. 소감은
왜 원불교 백주년을 맞아 소태산기념관을 짓게 됐는가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것은 우리가 개교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큰 목적일 것이다. 서울교구 입장에서는 기념관을 통해 교화의 새 활력을 얻고자 하는 게 큰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념관을 교화의 공간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가 큰 과제다. 또 종교동을 통해서는 서울 교화의 길을 열고, 서울 교화에 하나의 중심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수반지 교당인 한강교당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교화형태를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모델교당으로 만들어 소태산기념관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새 둥지로 옮긴 교구 입장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소태산기념관의 종교동을 서울교구가 최대한 활용하여 교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단에서 전적으로 배려해줬으면 한다. 운영과 관리는 교구에서 맡기로 했지만, 소유권은 총부가 가지고 있다. 교단 수익기관으로 활용될 업무동과 달리 종교동은 순수한 문화활동, 종교활동이 보장될 때 교구 입장에서 오롯하게 서울 교화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교단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서울은 교화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구 교의회의장과 2개월간 교구 각 교당 순방을 다니면서 이렇게 열악한 교당환경 속에서 교화가 살아날 수 있을까 염려됐다. 교화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교구장 의지만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화하면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다만 교화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매우 중요하다. 교구에서 인사공모제(정책교당)를 제안해 급수 상관없이 열정 있는 젊은 교역자를 발굴·양성하고 싶다. 교정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줬으면 한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먼저 지자본위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 연륜이나 목소리 큰 사람에 의해 일이 좌우되는 게 아니라 정말 지자들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고 그 생각들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풍토를 구축하는 게 염원이다. 다음으로는 서울교구 내 교당들의 법회식순을 개선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분들에게 만족도를 높여주지 못하는 교화는 어렵다. 재가출가가 함께 만들어 가면서 생동감 있고, 교화가 살아날 수 있는 법회문화를 정착하고 싶다. 세 번째는 지구별로 거점교당을 만들어야 한다. 교구에서 200명 이상되는 교당은 강남교당 하나뿐이다. 각 지구에 200명씩 출석하는 거점교당을 육성해 서울교화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 네 번째는 교구유지재단을 조성하여 미래지향적인 교화를 열어가는 것이다.

[2019년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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