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교역자의 역량 필요한 시대, 나부터 실력 갖춰야

한광희 교도

[원불교신문=한광희 교도] "선생님! 경종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듣기 싫어요!" 귀를 막으면서 좌복에 넙죽 엎드려 버리는 6학년 A. 두어 달쯤 전에 친구 따라 교당을 처음 나온 친구다. 막상 A를 인도한 친구는 아침에 곱게 늦잠 자느라 교당에 나오지 않는 날이 더 많은데, A는 경종소리에 귀가 막히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꼬박 꼬박 나오는 게 신기한 녀석이다. A가 지도 법사의 높으신 법력에 감화돼 이리도 잘 나오실 리는 없겠고, 아마도 교당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간식과 점심, 그리고 가끔씩 깜짝 선물에 낚여서 나오는 것이리라. 

어린이법회를 본 지가 두어 달이 되어 간다. 교당 부교무가 병환으로 아쉽게도 휴무하게 됐다. 그리하여 대학생 법회는 이웃 교당 부교무에게, 청년 법회는 우리 교당 교도에게, 어린이와 학생은 세트로 묶어서 내게 담당하게 됐다. 

나는 사실 앞에 나와서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요즘은 직장과 육아에 공부심은 저만치 밀어놓고 교당도 열심히 다니지 못하고 있는데, 무려 어린이법회 선생님이라. 하지만 교무님이 간절히 부탁하는데 차마 못 하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덜컥 맡게 됐다.  

다행히 나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몇 년째 어린이법회 보조교사를 해주고 있는 학생회원 정아였다. 정아는 고3인데도 일요일이면 꼬박꼬박 나와서 어린이법회를 도와주니 이렇게 고맙고 소중할 수가 없었다. 정아가 일곱 살 이하 유아들을 몰고 놀이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데리고 소법당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대각개교절날 첫 법회를 봤다. 유아, 어린이, 중학생 모두 합쳐 열여덟 명. 법회 보자고 자리를 펴고 앉으니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 엄마 따라 교당에 처음 와서 '여긴 어디! 난 누구!' 이런 표정으로 넋 놓고 있는 아이 등 말 그대로 난리 법석이었다. 

몇 번의 법회를 더 보고 난 후, 교당에서는 스마트폰을 끄자고 아이들과 이야기했다. 그런데 제일 대장인 중학생 B가 가장 비협조적이었다. 법회 시간에도 흘끗흘끗 꺼내 보기 바빴다. 법률은을 공부하면서 다 함께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 법회 때는 스마트폰을 끄자고 약속했다. 다음 법회 날, 스마트폰을 꺼내는 B에게 "다 함께 교당에서는 스마트폰을 끄자고 약속했지? 제일 큰 형님이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이렇게 웃으면서 말 해주니 폰을 끈다. 큰 형이 폰을 끄니 그 다음으로 나이 많은 A도 마지못해 폰을 껐다. 잘했다고 폭풍 칭찬을 해줬다. 이렇게 말해도 폰을 끄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말을 들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우리 교당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 따라 나와 길이 잘 든 아이들이 절반, 친구 따라 나와 교당에 나온지 몇 달 안 되는 아이들이 또 절반이다. 중학생 현지가 다행히 동생들을 잘 리드해 출석부도 챙겨주고, 아이들이 법당에 오면 불전에 헌배하는 것도 지도를 해주는 덕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아이들은 '빨리 끝내주세요! 언제 끝나요?'이런 질문 세례로 왕초보 선생을 경계에 들게 하기도 한다. 

처음 법회를 시작할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들 마음속에 일원의 씨앗을 하나만 심어주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끼는 것은, 어린이 법회 덕분에 나이롱 교도가 반 강제로 공부당하고 있으니 내 마음 속 묵정밭을 일구어 물을 주시는 분들이 바로 어린이 학생 부처님들이었다. 법문에 위에서 끌어주는 공덕 못지않게 밑에서 올려주는 공덕이 크다더니 이 말씀이 바로 내 이야기인가 싶다. 

예전에 <원불교신문>이나 <원광> 등을 통해 교단에서 정책적으로 재가교역자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나부터 그런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재가교역자로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요즘은 재가교역자들의 역량이 더 필요한 시대임을 실감하며, 교단에 큰 힘이 될 재가교화활동에 다함께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고맙다. 재미없다는 말만 하지 말아다오. 사랑한다."  

/중흥교당

[2019년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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