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나아갈 방향인 교헌과 규정, 명확히 제시돼야

[원불교신문=박중훈 교무]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나 법과 규정을 가지기 마련이다. 법에 대해서는 공부한 바 없지만, 〈원불교 교헌〉을 보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일체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힘으로써 원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각 조항과 하위 규정에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일체중생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통해 광대무량한 낙원세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우리 표현으로 교화(敎化)이며, 교화는 일체중생을 가르쳐서 목적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게 하는 것이다.  

〈원불교 교헌〉 제3절에서는 교화(敎化)를 명시하고 그 하위 조항에 ①교전, ②교역자, ③교당, ④훈련, ⑤교화단, ⑥영육쌍전을 정해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교전과 교서를 지침으로 해 세상을 변화시키자. 재가출가 교역자를 양성해 교화와 사업을 담당하게 하자. 교도와 인구의 집중지에 교당을 설치하고 교도의 일상생활에 응하도록 하자. 그리고 조직은 십인일단의 교화단으로 하며,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실시하고, 신앙과 수행을 병진하고 사업에 근실하여 영육을 쌍전하게 하자.

위의 조항 중 첫 번째로 언급된 교전은 이미 체계를 갖추어 완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화에서 가장 큰 주체는 교화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교역자이다. 교도를 훈련 시키고, 영육쌍전이 되도록 지도하는 일이 모두 교역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화활동을 원활히 하고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교당이다. 교역자와 교당에 대한 내용은 〈교당규정〉에 교당설립의 절차와 교역자들의 역할 및 권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먼저 교역자에 대해 살펴보면, '출가교역자는 종법사의 대행자로서 교당의 교화와 운영, 부속기관·단체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와 같이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출가교역자의 양성시스템은 기성종단에 견줄 만큼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 반면 재가교역자의 권한은 교당교의회의 의결사항에 교화, 훈련, 예산, 결산, 교산 처리에 관한 사항이 있다.

이에 반해 재가교역자 양성시스템은 체계적이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재가교역자인 회장단, 그리고 단장 중앙 등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을 교당별로 진행할 수도 있겠으나 지구 또는 교구차원에서 불과 년 1~2회 2~3일 실시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교역자를 교화의 핵심으로 본다면 출가교역자의 몇 배수를 차지하는 재가 교역자들이 교당의 주인들이 되고 이들이 역량발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인 교당에 대해 살펴보면, '교당은 대각전을 마련해 신앙·수행을 지도하며, 교화·훈련·신앙의례 등을 진행하고, 지역사회에 맑음과 깨달음과 은혜를 공급하는 중심이 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원기62년부터 94년 개정 전까지 30여 년간 유지됐던 교당 설립기준은 '교당은 법당규모 30평 이상, 교화단원 수 100명이상, 4종 의무 이행자 20명이상, 기타 자립교당으로서의 적정요건을 갖춘 교화장소'라고 밝혀져 있다. 이 규정은 원기94년 5월에 개정되면서 '교당은 법당을 마련하여 교화의 적정요건을 갖추고 교무가 주재하며 교화하는 교화장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부기준은 교령으로 정한다고 했으나 그 교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규정은 시대를 따라 변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교무가 주재하며 교화하는 교당을 설립함에 있어서 '교화의 적정요건을 갖춘다'고 했는데 이 적정요건이 어떤 조건을 의미하며, 그래서 교당을 설립할 때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고 권장하는지 명료하지 않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당의 대형화 또는 교당의 물리적 통폐합과 신설을 논한다면 자칫 그때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개인적인 경험치와 안목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교헌과 규정은 현재로부터 미래로 나아갈 원불교 회상의 방향이다. 개교의 동기를 실현해 광대무량한 낙원세계를 이룩하려면, 교역자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고 교당은 어떤 조건을 갖춰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이 명확히 제시돼야 하고 그 다음은 힘써 실행해야 할 것이다.

/정읍교당

[2019년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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