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의 벨,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고전 이야기 속 공주들이다. 이들은 모두 역경과 고난을 인내로 이겨내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왕자를 만나 소위 팔자를 핀다. 이 공주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다. 이 영화를 보며 전 세계의 많은 여자아이들이 영상 속 공주들이 입었던 드레스와 구두를 신고 그 공주와 비슷해진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한다.

아직까지도 이 공주들의 화려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드레스와 장신구들이 세트 상품이 되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어지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들은 책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연극으로 재탄생하여 역시나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나오미 울프는 대표저서인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은 세상에 본받을 만한 역할 모델이 거의 없어 이를 영화와 화려한 잡지에서 찾는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알라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알라딘과 요술램프' 이야기는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고 다양한 형태로 거의 모든 사람이 접했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에 또 개봉을 한다는 것에 의아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지만 애니메이션을 실제 사람들이 연기하는 것으로 재탄생 시켰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 영화의 주제가 'A Whole New World'를 감상하겠다는 목표로 극장을 찾았다. 

영화가 끝난 후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도 있었지만 자스민 공주의 홀로서기 과정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자스민 공주의 아버지인 임금은 노쇠하였고 자파라는 간신배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하나뿐인 자식이 공주란 이유로 왕국을 물려줄 수 없다고 한다. 공주가 백성들을 정말 사랑하고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여자가 왕이 된 적은 없다는 전통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왕국의 2인자이자 왕의 자리를 노리는 자파 역시 자스민을 걱정해주는 척하며 화초처럼 지내라고 한다. 하지만 공주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모든 역경을 이겨낸 후 왕이 된다. 나오미 울프는 책에서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이 남성의 문화에서 아름다움일 뿐인 것은 그래야 문화가 계속 남성의 문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이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나 조신함만을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며 오히려 그것이 정의이고 옳을 때가 많음을 보여주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 다른 예로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도 가장 힘이 강하거나 그 힘을 빼앗고자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물에게 조언을 하는 인물이 모두 여성이다. 기존 영웅들을 다룬 영화를 보면 영웅도 악당도 거의가 힘을 가진자는 남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버거는 '남성은 여성을 보고 여성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본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뿐 아니라 여성과 여성의 관계도 해친다' 고 했다. 

세상이 정해놓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이 조금씩 옅어지고 자신다움이 강조 받는 세상은 누구나 이상적인 세상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미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이번호의 제목을 자스민과 알라딘이라고 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목은 알라딘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알라딘이 아닌 자스민이었다.

/강북교당

[2019년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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