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의 핵심은 불법이 생활이며, 생활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지구상의 모든 진리는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삶을 떠난 불법이나 진리는 없다. 희망과 절망도, 천국과 지옥도 이 생활 속에 있다. 내 안의 주인공이 나의 마음과 육신을 움직여 펼쳐낸 것이 바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계다. 생활은 우리 생명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소우주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생로병사·생주이멸·성주괴공의 무한반복도 이 생활의 일부다. 대우주는 결국 가(家)의 집합체다.

따라서 마을과 국가와 세계는 이 가정에 기반해 있다. 세계를 축소한 것이 가정이며, 가정을 확장한 것이 세계다. 자비와 사랑과 은혜가 처음으로 체험되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이 불국토가 되면, 세계도 불국토가 된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드믄 5백년 역사의 조선은 역대 왕들이 자신들의 가도(家道)·가법(家法)·가통(家統)을 굳건히 지켜왔기 때문에 장수했다. 비록 과거의 왕조문화이기는 해도 배울 점이 이것이다. 하나의 종교 또한 교조의 말씀과 뜻을 잘 지키고 계승하며, 그 구성원들이 가풍을 잘 지키고 화합하여 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나 세계 또한 이 지구를 한 집안으로 삼는 성현들의 말씀과 뜻을 경영의 철학으로 삼아 실천하며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에 매진해야 마땅하다.

오늘날 사회문제의 근본에는 가족의 해체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유사가족의 형태로 다양한 공동체를 통해 유대를 느끼고자 한다. 해체와 재건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수백만 년을 가족의 형태로 살아온 인류의 방황은 가족이 치유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문명 또한 가족의 안녕과 행복이 구현되지 않으면 그 존재 의미가 없다. 가족의 영속성은 곧 문명의 영속성이다. 가족이 화목하지 않으면 세계 또한 화목할 수 없다. 제가의 요법은 이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회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앞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가장 원시적인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공동체다. 그러므로 가정에는 경제, 정치, 문화, 역사, 종교가 원초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의식주의 완비와 수입·지출의 균형, 가정과 사회의 윤리·도덕적 가치를 배워 실천하는 학문의 소중함, 가족의 일치를 위한 화합과 건실한 대화, 양심과 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스승과 도반의 필요성,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정치의 존중,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배울 것 등은 가정만이 아니라 사회, 국가 등 모든 단체에도 공히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삶의 근본이 가(家)이기 때문이다.

가의 공동체는 귀소(歸巢) 본능에 의지하고 있다. 귀소는 귀향이며, 귀향의 궁극적 세계는 마음의 고향인 법신불이다. 가(家) 중에서도 가장 크고 넓은, 그리고 온 우주를 다 끌어안는 대가(大家)의 가장은 법신불이다. 가정은 법신불의 진리가 구현되는 핵심적인 장이다. 삶이 불법이며, 불법이 삶인 까닭이다. 한 가족·한 인류가 오래 번영하기 위해서는 법신불의 진리에 의지하여 가족과 사회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대학(大學)〉에서 수신과 치국 사이에 제가를 놓은 것은 천하일가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최초법어에 제가의 요법을 제시한 것은 일원상의 진리가 편만한 불국토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원광대학교

[2019년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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