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성 도무

[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발표한 봉축사를 보면 그동안의 봉축사와 달리 사회 문제를 몇 가지 언급하고 있어 주목됐다. '화합이라는 백만 등불을 밝혀야 할 때'임을 강조하면서, 이 등불은 서울에서 금강산과 개성을 오가는 길을 비추어준다며 화쟁과 평화를 언급했다. 또한 '미세먼지의 안개그물을 걷어내고 생활폐기물로 오염된 수중세계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소욕지족하면서 절제의 등을 켜야 한다'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개인의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 시켰다. 그동안 사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별로 없었던 불교 조계종 봉축사의 흐름으로 볼 때 그나마 한 걸음 나아간 듯했다.

조계종 봉축사가 이럴진대 원불교 대각개교절 경축사는 어떤 내용 들로 채워지고 있는가. 대각개교절 경축사 뿐 아니라 개교 100주년 법문, 탄백 기념 법문 등에서 전해지는 내용에 시대와 사회의 벼리가 되는 문제의식이 표현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경축사를 비롯한 기념 법문은 원불교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인류 보편의 문제에 접근하는 법문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원불교 교도들만 이해하고 원불교 교도들에게만 익숙하며, 원불교 교도들만 좋아하는 법문으로는 그냥 우리 잔치로만 그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물론 일차적으로 원불교 교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인 건 맞지만, 세상이 주목하는 날에 전하는 법문은 원불교 교도뿐 아니라 시대를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전달되는 법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혹자는 종교가 사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종교가 과연 대종사의 본의일까. 대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몇만 명의 제자만이 나의 사람이 아니요, 몇만 평의 시설만이 나의 도량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다 나의 사람이요, 온 세계 시설이 다 나의 도량'(〈대종경〉 실시품 6장)이라고. 또한 '사회와 도량을 따로 보는 것은 소승의 생각이요 독선의 소견이니, 큰 견지에서 본다면 사회의 부정이 곧 도량의 부정이요, 도량의 부정이 사회의 부정이라'(실시품 5장)고. 〈정전〉에도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을 두었고, '강자 약자 진화상 요법'을 두어서 우리가 모두 사회적 관계성 속에서 살아감을 교법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므로 중요한 경축사나 범교단적인 기념일을 당하여 내는 법문은 시대와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견결하게 담아 대사회적인 메시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환경·인권·평등·노동교육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수없이 산재돼 있다. 광범위한 물질의 발달과 현대인들의 정신적 방황, 생태 환경의 위기, 영광 성지의 핵발전소와 성주 성지의 사드, 동서와 남북으로 갈라진 인심, 생명 파괴 현상 등은 사회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 문제이며 시대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에 반응하고 질문을 던지며 실천을 촉구해야 한다. 낮은 곳에는 힘을, 어두운 곳에는 빛을, 차가운 곳에는 열을 주는 사회 공감의 경축사, 세계 공감의 기념 법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원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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