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맛집들은 집을 잘 고치지 않았다. 주방이 좁아 조리하기 힘들고 앉을 자리가 모자라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도 식당 확장에 매우 신중했다. 조금만 유명세를 타면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체인점을 모집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요즘 세태에서 보면 좀 어리숙하게 보인다. 이런 신중함은 바로 '맛'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온다.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유인 그 음식점만의 맛이 변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확장개업을 해서 매장이 넓어지고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지고 직원도 늘어 음식도 빨리 나오지만 식당은 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님들 입에서 '이 집 맛이 변했네', '이 식당 돈 좀 벌었나보네'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럴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맛집 주인들은 불편한 여건을 감내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수 십 년 된 조리법을 지켜낸다. 맛을 지키지 못한 맛집은 더 이상 맛집이 아니다.

원기104년이다. 우리 교단을 맛집으로 비유하자면 100년 전통에 빛나는 원불교 맛집인 셈이다. 연세 지긋하신 단골손님들은 요즘 우리 맛집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교단의 규모는 커졌지만 혹시 '맛이 변했다'고 느끼는 분들은 없을까. 혹시 우리도 효율과 성과를 생각하다가 전통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진땀나는 성찰을 해야 할 때다. 

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큰 종교들을 마다하고 아주 작은 원불교를 찾아온 교도들을 잡아당겼던 원불교의 맛과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이 변했으니 그 전통의 맛은 버려도 되는 것일까. 혹시 그 맛이 무엇인지 우리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민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다른 건 다 버려도 버리지 말아야 할 '무엇'이 있다. 빼내버리면 그 조직이나 단체의 정체성이 무너져버리는 '그것'. 바로 '핵심가치'다. 원불교를 지켜주는 '맛', 원불교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산종법사는 지난 13일 서울교구 법훈인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추진위원 초청 오찬에서 '대종사 경륜과 이탈된 부분이 있다면 바뤄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종사와 역대 스승의 경륜을 체(體)삼고,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공의를 용(用)삼아 교단 3대말과 4대초를 성심껏 얼어가겠다'는 5월 원로회의 개회사 말씀과 같은 맥락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에서 핵심가치를 지켜내고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공의에서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고유한 맛을 잘 지켜내면서 매장도 확장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면서 매출도 증대하는 성공적인 맛집과 같은 교단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합력할 때다. 세상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매력 있는 맛집으로 자리 잡는 원불교여야 한다.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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