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85년에 건립된 대각전 앞에서 향타원 박은국 종사가 염원해온 결정체이며 신타원 김혜성 종사의 원력으로 이루어 낸 대불사를 설명하는 김보선 원장. 대각전은 전통 한옥으로 건평 50평의 위용을 갖추고 있다.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초여름 햇살에 닿은 신록이 물결처럼 반짝였고, 계곡물 소리, 바람에 이는 나뭇잎 소리는 무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내청소년훈련원을 방문한 건 지난달 만일 기도를 회향하고 이번 달 다시 천일기도를 결제했기 때문이었다. 30년 역사의 천일기도를 열 번째 회향하며 기도의 정점을 찍었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KTX를 타고 울산(통도사)역에 도착해 자동차로 20여 분 달리자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서 길이 갑자기 좁아진다. 배내골 깊은 골짜기, 그 좁은 길 끝에 배내청소년훈련원이 자리해 있다.

더 좋을 수가 없는 명당
태백산맥의 마지막 줄기에서 북쪽으로 솟은 가지산을 주봉으로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줄지어 솟아 있는 연봉 가운데 배내골이 있다. 배티고개에서 장군고개까지 24km에 이르는 깊은 골짜기가 배내골이다. 이곳은 깊은 못과 폭포, 넓은 계곡, 울창한 숲 등으로 골짜기마다 절경을 이루어 영남의 알프스라 부른다. 간월산이 해발 1083m의 겹산인데 훈련원은 500~600m 고도에 자리 잡았다. 간월산은 마음달이 떠오른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듯한 형국을 뜻한다는 배내는 풍수사상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봉황이 알을 찾아 깃드는 명당'이라고 했다. 그는 "더 좋을 수가 없는 땅"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처님과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동쪽에 석남사, 서쪽에 표충사, 남쪽에 통도사, 북쪽에 운문사 등 사방에 사찰이 감싸고 있다. 또한 옛 지명으로 청소년집 터는 서쪽에서 부처님을 기다린 터라해서 서래지라 했고, 대각전 터는 박씨 성을 가진 성인을 기다려온 땅이라가 해서 박기터라고 불러졌다.

배내청소년훈련원의 시초
배내청소년훈련원은 향타원 박은국 종사가 원기71년(1986) 부산서부교구장으로 부임함으로써 비롯됐다. 향타원 종사는 입지조건으로는 계곡이 있고 물의 양이 풍부할 것, 향이 남향일 것, 형국이 잘 짜여 있을 것, 값이 형편에 적합할 것으로 원칙을 세웠다.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부산 경남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천행으로 배냇골에 당도해 청소년훈련원 적지로 낙점했다. 봉불식은 원기81년(1996)에 이루어졌다. 원기73년 기공식을 가진 이후 9년 만에 봉불식을 하게 된 것이다. 훈련원은 원기68년 대신교당 황제홍 교도의 부지 희사와 원기72년 부산교당 김인수·서향원 교도 부부가 희사한 부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향타원 종사는 우리 교화의 돌파구와 미래의 청사진이 청소년교화에 달려있다고 해 교단 훈련원 명칭에 청소년훈련원을 내세운 것도 배내청소년훈련원이 최초다. 원기74년 사단법인 삼동청소년회의 법인인가를 받아냈다. 이는 청소년단체 사단법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제1호가 됐다.

청소년 프로그램의 자랑 '숲속의 학교'
현재 배내청소년훈련원에는 김보선 원장, 정주영·노호전·진순철 교무가 근무하고 있다. 김 원장은 "향타원 종사의 유시를 받들어서 기도승지, 정진·적공승지, 훈련승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은 청소년수련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청소년지도자자격증이 필수인데 정주영 교무가 요원이 돼 책임을 맡고있고 어른을 잘 모시는 노호전 교무와 훈련원 운영에 정성을 다하는 진순철 교무 등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훈련원 가족들을 자랑한다. 정주영 교무는 "배내청소년훈련원 하면 어린이훈련 프로그램인 '숲속의 학교'를 떠올린다"며 "25년 넘게 매년 여름에 진행해온 이 프로그램은 배내의 자랑이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겨울에는 '산골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중·고등학교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도 진행한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매년 여름에는 휴명상 프로그램이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고 겨울에는 사시정진수행훈련(무문관훈련)이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교도를 대상으로는 연 11차례 교도정기훈련이 진행돼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훈련에 참석하고 있다. 주관 훈련 외에는 지역아동센터와 일반 단체 및 이웃 종교에서까지도 배내청소년훈련원을 이용하고 있다.

곳곳이 스토리텔링
배내청소년훈련원은 곳곳이 생생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대표적인 조형물로 소년대종사 구도상이다. '관천기의상'을 본떠 만든 동상은 160㎝ 높이로 고 김영중 한국 최고의 조각가가 제작했다. 그는 생전에 "청소년 인성교육의 요람인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인성훈련을 통해 도덕성을 함양하고 이 나라에 큰 인물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도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어린 시절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동양 성자들의 성안 모습이 고루 담겨 있으며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동상 위에는 신앙의 대상이요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을 형상화한 일원탑이 세워져 있다. 이 탑은 원기78년부터 천일기도를 반복하여 원기95년에 건립됐다. 일원탑을 제작한 윤양호 교도(강동교당)는 "가장 현대적이면서 원불교적인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표현하는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원탑 위에는 1만 2천여 명의 기도 원력을 하나로 모아 돌들로 세워진 만인탑이 세워져 있으며 그 위로는 향타원 종사가 10여 년간 염원해 온 결정체이며 신타원 김혜성 종사의 원력으로 건립된 대각전이 있다.

향타원님의 숙소 1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조성했다.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향타원 종사의 기도 정성은 너무나 유명해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일생이 기도 일념이었다. 그중 배내청소년훈련원 기도터 예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초창기 기도터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교구 청년들이 자원봉사를 나와 낫으로 베는데 도저히 일이 진척이 안 되자 불을 지르기로 했다. 봄바람이 부는 날 여기저기 불을 붙이고 다니다가 그만 산불이 크게 나고 말았다. 급히 연락을 받은 향타원 종사는 부산교당 식구들을 모두 법당에 모아놓고 목탁을 크게 치며 일원상서원문을 외우도록 했다. 그 기도 위력인지 산 정상을 향해 무섭게 타 올라가던 불길이 난데없는 역풍을 만나 정말 거짓말 같이 잠자게 됐다는 실화이다. 

지난달 30년 역사의 천일기도를 열 번째 회향하며 만일기도 역사의 주인공인 향타원 종사를 추모하며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김 원장은 "향타원 종사는 30년 동안 기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줬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순리대로 푸는 것이 기도임을 배웠다"고 말한다.

부처를 만나는 꿈을 꾸며
김 원장은 향타원 종사는 마지막까지 겸손했다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부처님 만났습니까, 마음공부 잘합시다'라고 인사했다. 부처를 만드는 이 도량이 특정인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타원 종사가 지낸 곳은 향원실이라고 이름 지어 1층엔 게스트하우스와 2층엔 기념실로 조성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각전 옆 숙소, 법공관, 황토방 등 배내청소년훈련원 모든 곳을 누구나 이용해 기도승지, 정진·적공승지, 훈련승지로 만드는 것이 향타원 종사의 유시를 받드는 길이라고 말한다. 초여름 배내골청소년훈련원에서 대자연의 명승지와 사람이 함께 지은 무궁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도인들의 원력으로 원기95년에 건립된 일원탑.
배내청소년훈련원의 의미를 나타낸 소년대종사 구도상.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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