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 교사

[원불교신문=최현진 교사] 멋지게 차려입고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가볍게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청소하지 않아도…, 모든 일을 남의 일보듯 그냥 말하고…, 자기의 역할이 없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손님. 전체를 보아야하고 살펴야하고, 과정을 알아서 지금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찾아 제거하고 관리하고 정리하고 제자리 찾아 주고, 다음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심하고 준비하고 그 역할에 책임을 지는 주인. 

우리학교에서는 지난 5월 말에 전북상업경진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3년에 한번씩  몇몇 상업학교가 돌아가면서 진행을 하기로 한 행사라 하는데,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손님과 주인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스태프가 되어 파란 조끼를 입고 하루 카페 운영을 하였다. 전날 동료들과 함께 장을 봐온 과자, 과일, 떡, 음료, 구운 계란 등등 음식에도 자리를 잡아주고, 내 개인용 노트북과 스피커를 가지고 와서 배경으로 음악을 틀어놓았다.

스태프 학생이 한 명만 배정이 되어 이 학생과 카페 운영을 잘 해보아야지 하였지만, 혼자인 이 아이는 다른 구역 스태프들과 어울려 다니고 우리 카페로 몰려와 휴게실 분위기가 나지 않아 내보냈는데도 다른 구역 스태프 담당 학생들이 아침을 안먹었다며 왜 학생들은 카페가 없냐고, 운영위원들만 먹거리를 주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문제는 옆쪽 학생 휴게실에 어떤 선생님이 자기네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가져다주니, 우리 아이들도 먹고 싶어 하는 형편, 만류할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 하지만 어쩌랴. 당신은 오늘의 손님이기에 이 휴게실을 활용할 수 있고 이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오늘의 주인공들인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학생들은 삼삼오오 부스 체험활동을 하고 다닌다. 행사를 진행하는 제작진이 참가자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스태프 아이들에게 오늘 행사에서 너의 자리는 여기이고, 이 자리를 지켜야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으니 자기 자리를 지키라고 해도 그 의미가 잘 이해가 안가는가 보다. 오늘 이 행사에서 손님처럼 이 곳 저 곳에 들러 스탬프를 찍어오는 것은 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 아니고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니, 스태프는 도장은 안받아도 되니 행사의 진행 상태를 보며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돕자고 해도 일이 없으니 나가본다는 거다.   

주인교육을 시키지 못한 나를 탓하며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할 줄 아는, 그 자리에서  진득하게 기다리고 도와줄 줄 아는 성품의 스태프 교육을 미리 시켜야했다. 오늘 나는 내 담당 아이 하나도 못 가르치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기웃거리는 손님이 된 스태프 아이들을 보면서 못내 아쉽다. 아침부터 함께 하려고 음향기기도 준비하고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이러저러해야 너를 필요로 하고 네가 바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지만 오늘도 낭패다. 그냥 내가 이 카페의 주인으로 컵도 바꾸고 접시도 비우고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분리수거하고, 음악 틀어주는 것으로 내 역할만을 한 하루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시간을 내어 신전 떡볶이집에 한 번 가야할 것 같다. 

/원광정보예술고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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