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총장은 고검장급 검사에서 지명한다는 기존 관례를 뒤엎는데다 5기수나 건너뛴 파격 지명이여서 향후 진행 방향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검사의 파격 지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꽃'이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면서 문 대통령의 '신의 한수'라는 수식어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만큼 파격 인사이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자리에 앉혀야 할 인재를 기용했다는 평가였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때마다 집권당에 유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등 가히 정권의 시녀라 불릴 정도로 정치 편향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던 가운데 2013년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정댓글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 조직을 사랑한다"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긴다. 집권당의 수사 외압 때문에 공정한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소위 '항명 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정치편향이 짙은 검찰내부의 항명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보석처럼 눈에 들어왔다. 검찰의 핵심 가치인 정의, 공정을 외치는 한 검사의 단호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장검사급이었던 그에게 돌아온 건 지방고검의 평검사 발령이었다. 옷을 벗으라는 좌천성 인사였지만 그는 고진감래했다.

이러한 윤 검사의 이번 검찰총장 파격 지명은 여러모로 살아있는 경전으로 다가온다.

조직을 살리는 것은 관행적인 연공서열이나 기수문화가 아닌 조직의 핵심 가치를 지킬 때 가능하다는 점, 원근친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 조직 본연의 사명과 책무에 충성하는 것이 훨씬 더 정의에 가깝다는 점, 이러한 도덕적 성공 사례가 선양될 때 조직과 구성원은 더욱 고무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 등이다. 

이는 소태산이 왜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라 했는지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에 뿌리 박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지만, 인정과 의리에 뿌리박은 마음은 바람 잘 날 없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 소태산이 제자들에게 열반을 앞두고 "만일 내가 없더라도 퇴굴심이 나지 않겠는가. 지금은 정히 심판기라 믿음이 엷은 사람은 시들것이요, 믿음이 굳은 사람은 좋은 결실을 보리라"며 정법(正法)을 가져다가 내면화시키기를 당부했다. 인정이 아닌 교법에 마음의 뿌리를 둬야 믿음이 시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윤 검사가 사랑한 조직도 결국 헌법 정신에 기초한 검찰 조직이 아니었겠나.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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