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성하 교무] 교무 정년 연장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교단에서 정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된 심층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눈에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무인력의 부족이다. 교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인력이 부족하면서 동시에 교무의 세대 균형이 맞지 않아 현재 교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장년 세대가 거의 은퇴를 하는 2030년 무렵이면 인력이 없어 교무가 부재한 교당이 생겨 날 것이란 얘기다.  

장년층 인구에 비해 중심 역할을 해야 할 허리 세대로부터 아래로 내려 갈수록 세대층이 얇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원불교의 인구 구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도 그렇고, 교당만 교무가 부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 학교들이 텅 비고, 군단위의 도시들에 사람이 비어가고 있다. 2017년 중앙일보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30년 안에 현재의 지자체 중 85곳이 사라질 것이라는데 그 중 더 빠르게 소멸할 초고위험군 10위안에 의성, 고흥, 남해, 합천 같은 군단위의 지역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물론 모두 교당이 있는 지역들이다. 반드시 이 통계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도 어쨌든 지자체의 1/3 정도가 앞으로 30년 동안 버티어 가거나 못버티거나 하는 시절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니, 군소도시 지역에 기반을 둔 교당들은 교무가 사라지기전에 지역이 먼저 사라질지도 모르게 되었다. 

교화가 위기라는 말이 한 두 해 전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이 위기는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부족한 교화력이 불러온 것이겠으나 우리 밖에서도 원인을 찾아보자면 오랫동안 몸담아온 지역 사회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으며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시골 지역이나 도시라 하여도 낙후된 동네는 노령화와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사이 대응을 못하고 머무른 것이었을 것 같다. 

교무 인력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정년을 연장하여 현재의 모든 교당들에 당분간 인력을 수급한다 한들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교당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 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니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향후 10년 안에 교당이 정리되어야 할 지역은 어디인가를 점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직 구조가 탄력성을 지닐 때 건강하게 생명력을 지니듯 교단의 교화·교육·자선의 사업들 또한 탄력성을 가지고 시대와 지역에 대응하며 변화할 때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지역 교화 구조를 유지하며 정년만을 연장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사회의 여건에 의해 마이너스 교화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들을 점검하고 정리와 새거점을 연마하는 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교당 숫자가 몇개 줄어든다는 것이 교화의 퇴보가 아니라, 줄이지도 늘리지도 못하며 변하지 못하고 고착되어 버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 퇴보이다. 

어려워도 살림을 늘려야 할 때도 있고 여유가 되어도 살림을 줄여야 할 시절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늘이고 줄이는 탄성을 잃으면 생기와 동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극적인 변화는 없다. 

사실 교단의 개혁은 이미 한편에서는 시작되고 있다. 교단 내에서 여성 교역자의 결혼과 복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며 그에 맞는 교헌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 교역자의 독신과 복식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여성 교역자 지원을 막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고 동시에 한국 사회에 원불교의 이미지를 깨끗하고 청렴하게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어쨌든 현재까지 만들어온 사회적 이미지를 과감히 포기하며 교법 정신을 구현하고 시대와 발맞추려는 교정원의 개혁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와 같은 개혁이 자리를 잡고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때까지 재가출가 교단 전체가 변화에 따르는 리스크를 같이 감당하고 관리해낼 인내심이 필요하다. 

교화 구조와 교화 주체들의 동시적 변화가 일어나야 교화가 살아난다는 점에서, 일단 교역자 관련 핵심 이슈로 거론되어 오던 여성 교역자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논의를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교단내에서 진보적인 의제를 논의할 때마다 '때가 이르다' 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그 때가 '지금이다' 라는 결정적인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제 백년을 넘기고 나니, '지금이다' 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변화는 인생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변화야 말로 아무리 막으려 해도 바꿀 수 없는 사태라는 것이다. 교단은 이제 겨우 백 살을 넘겼다. 만사가 타이밍이고 내 기억에 지난 20년 늘 시기 상조였던 때, 기다렸던 그 때가 지금이다.

/샌프란시스코교당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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