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선진이 기도를 올렸을 당시 중앙봉을 기준으로 팔방으로 펼쳐진 기도봉.

"사무여한(死無餘恨)의 결의가 되었는가?" 소태산 대종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아가면서 다짐을 받았다. 중앙 단원 송도군이 백지를  한 장 들고 와서 하나씩 백인을 받기 시작했다.

"서로 섞갈리지 않도록 똑똑히 찍어!" 단장이 엄히 주의를 내렸다. 9인 단원이 찍은 사무여한의 최후증서는 마지막으로 단장의 손에 넘어갔다.

한동안 단장은 최후 증서를 살펴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참 잘 됐다! 혈인이 나왔다!" 기뻐하는 얼굴로 일동을 칭찬했다. "이것은 그대들의 일심에서 나타난 증거다!" 곧바로 단장은 하늘에 고하였다. "음부공사(陰府公事)는 이에서 판결이 났다. 우리의 일은 이제 성공이다."

이제 아홉 단원들은 자결할 일만 남았다. 이재풍이 물었다. "죽으려면 여기서 할 겁니까? 각자 기도처에서 할 겁니까?" 유성국이 핀잔을 주듯 말한다. "이제 일이 판결 났는디 뭐하러 죽어."
단장은 빙긋이 웃을 뿐 다른 말이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 최후의 결행을 할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이윽고 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바로 행장을 차려 기도장소로 가라!" 아홉 단원은 비장한 결의를 가지고 각자의 시계와 단도와 기타 일체 도구를 휴대하고 각기 방위를 향해 출발했다. 도실 밖으로 나와 단장은 한참 동안 그들의 가는 뒷모습을 지켜 봤다. 그러더니 돌연히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그대들에게 한 말 더 부탁할 바 있으니 속히 도실로 돌아오라!" 

단원들은 이상히 여기면서 다시 돌아오니 단장이 말하였다.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 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공사가 이미 판결이 났으니 금일에 그대들의 생명을 기어이 희생하지 아니하여도 우리의 성공은 오늘로부터 비롯하였다."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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