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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휴전선, 경계를 녹이자
[사설] 휴전선, 경계를 녹이자
  • 원불교신문
  • 승인 2019.07.02
  • 호수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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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104년 6월30일,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세워졌다. 6.25전쟁 휴전 후 처음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었다. 또한 남한, 북한, 미국의 국가 정상들이 남북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에서 함께 만났다. 외교적 관례를 깬 파격의 연속으로 흥미로움을 더한 이번 만남은 평화통일의 여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뚝심 있게 숨은 노력을 하면서도 공은 상대방에게 돌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넉넉한 심법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1년 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을 잠시 넘어갔던 문재인 대통령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땅을 밟았다.'경계'를 넘은 것이다. 이 작은 경계 넘기가 휴전선이라는 민족의 큰 경계를 녹여내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삼동윤리로 대동세상을 꿈꾼 정산종사는 '사람의 투쟁이 처음에는 사상전에서 시작하여 다음에는 세력전으로 옮기고 다음에는 증오전에 옮겨서 필경은 무의미한 투쟁으로써 공연히 대중에게 해독을 끼치기 쉽나니라'고 했다.(<정산종사법어>, 국운편 20) 지구상에서 가장 영특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동물의 전쟁 행위에 관한 아픈 통찰이다.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과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의 사상전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뒤섞이며 세력전으로 옮겨가더니 요즘은 증오전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남북관계를 성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법문이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 교단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 정산종사의 법문에서 답을 찾아보자. 무엇보다 증오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과 미국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잔혹한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다. 증오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각자가 증오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우리의 실지불공이 필요한 지점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주 만물이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은(恩)사상은 이제 인류 보편의 것이 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보다 자리이타의 상생관계가 더 이롭다는 사실을 곧 자각할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도 세력 다툼보다 상생협력이 훨씬 이롭다는 사실을 깨쳐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광범위한 교류 활동이 절실하다.

사상이라는 마음의 굴레로부터 해탈하려면 마음공부로 단련된 불제자들의 활약이 요청된다. 아직도 '빨갱이'라는 색깔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으로 어떻게 마음의 자유를 말하겠는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대동화합의 건강한 기운이 남과 북을 넘어 세계로 흘러넘치게 만들어야 할 때다. 그러려면 휴전선이라는 경계를 녹이는 실지불공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무의미한 투쟁을 그쳐야 진정한 삶의 의미가 살아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실다운 불공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자.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정성을 다하자.

[2019년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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