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

조성명 교도

[원불교신문=조성명 교도] 최근 모 방송 다큐에서 현대 사회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전후(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낀세대'라 표현하며 직장생활에서 386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사이의 고충을 다루었다. 그러나 '낀세대'라는 표현은 이미 2006년 당시 40대 전후 세대(50년대 중·후반부터 60년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들에게도 지칭됐으니, 이는 시대마다 아래위로 끼어 있는 40대 전후의 느낌을 '낀세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교하면 밀레니엄세대(80년대부터 2000년 이전 출생)가 겪어갈 직장생활은 세대간의 '낀세대'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요즘은 30대 초반에 출산을 하면 다행이거니와, 30대 중후반, 40대 출산도 흔히 보인다. 2017년 기준 서울의 출산 평균연령은 33.3세로, 이는 곧 30대 중후반 시기에 영유아기 육아 전담과 직장생활에서 초년생을 벗어나 능숙한 역할을 요구하는 시기가 맞물리는 것으로 직결된다. 육아와 직장 사이의 '낀세대'이다.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평균 5~6년을 보내고, 각종 인턴 경험,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시험 준비 등으로 20대 중후반을 열심히 살다가 30대 초반에 취업 후 직진 이었던 인생에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브레이크가 걸린다. 저출산 대책으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시작이 직장 생활에서의 생산력 저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선뜻 감내하지 못한다. 요즘은 '능력 있으면 이혼한다'는 말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울까? 자아실현이라는 말에 직격타를 날리는 것은 여자는 애들 키우기 좋은 직장이 최고라는 말이다.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애들 키우기 좋은 직장이 최고라고도 한다.

요즘 중학교 가정시간에는 일·가정 조화의 필요성과 일·가정 양립 시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해 배우며 진로와 생애 설계를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일과 가정 양립 시 역할 및 일정 갈등, 자녀 출산 및 양육, 가사노동 분담, 경제 생활 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가족 지원 정책, 육아휴직, 유아 보육제도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인데, 이러한 교육 실행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미래세대의 일·가정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가정과 부모 역할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이다. 가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바탕과 울타리가 생기는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진급의 삶을 이뤄갈 수 있도록, 결혼, 잉태, 태교, 출생, 성장 등의 전반에 걸쳐 결혼 전 가정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어떻게 아이를 잘 키울 것인가? 에 대한 교육은 많지만, 왜 소중한 생명인가? 에 대한 근원적인 교육은 강조되지 않고 있다. 생명 자체의 존엄성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아이들이 아니고서야 우리 미래를 대신하여 주지 않는다. 후사를 맡길 새 주인이 없다면 끊어진 미래가 될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한 생명은 더욱 소중하다.

셋째, 출산과 육아의 문제는 개인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출산은 한 가정에서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개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도 바뀌지 않는다. '출산 = 경력단절'의 현실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의 육아휴직으로 복직이 보장되기도 하며, 부족하나마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을 장려하는 기관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둘 이상은 출산하기 어렵고, 여성 채용은 기피되고 있다. 복직 후에도 부모의 역할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각 일터에 맞는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한 동시에 개인은 출산 후에도 사회 복직을 위한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사회 주축이 될 밀레니엄 세대가, 가정과 직장 사이에 끼어 틈새를 비집는 '낀세대'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가정을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와 개인의 노력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자리잡은 세대'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정토회교당

[2019년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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