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뜻대로 안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교당과 기관의 성과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때, 구성원들끼리 화합하지 못할 때, 교단 발전과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일반 사회조직에서는 회식이나 단체 프로그램으로 단합을 도모하거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높여서 충성도를 올리거나, 컨설팅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참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도가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면, 정할 때 공부에만 편중하여, 일을 하자면 공부를 못하고 공부를 하자면 일을 못한다 하여, 혹은 부모 처자를 이별하고 산중에 가서 일생을 지내며 혹은 비가 와서 마당의 곡식이 떠내려가도 모르고 독서만 하였나니 이 어찌 원만한 공부법이라고 하리요. 그러므로, 우리는 공부와 일을 둘로 보지 아니하고 공부를 잘하면 일이 잘되고 일을 잘하면 공부가 잘되어 동과 정 두 사이에 계속적으로 삼대력 얻는 법을 말하였나니 그대들은 이 동과 정에 간단이 없는 큰 공부에 힘쓸지어다.' (<대종경> 수행품 3)

소태산 스승님은 큰 틀에서 일과 공부를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원만한 공부가 아니라고 했다.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떤가. 많은 출가교역자들이 일에 지쳐서 힘들어하고 있다. 원기101년 원불교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무출신 사기저하 요인 1순위로 '일과 공부의 부조화(77.2%)'가 꼽히고 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워라벨(work-life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문제가 이미 오래전에 제기된 것이다. 일에 지친 현대인들의 삶을 치유해야 하는 교역자들의 삶이 먼저 소진되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소태산 대종사의 공부론에서 답을 찾아야겠다. 우선 우리의 일터를 공부하는 일터로 변화시켜야 한다. 일과 성과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일터를 공부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은 아침 공사시간을 좀 더 도학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이 일터에서 공유되고 문답감정도 일터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지게 하자. 이와 함께 업무 관련 과학 공부도 일터에서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

복지기관이라면 사회복지학, 교육기관이라면 교육학을 그리고 교화현장에선 교화에 관한 공부가 정기적으로 상시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업무의 전문성과 마음공부가 모두 일터에서 증진되어야 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사람에 불공해야 한다.

교단의 미래는 현재 구성원들의 공부 정도에 달렸다. 교단 혁신도 마찬가지다. 공부로 거듭나지 않고 어떻게 혁신이 가능하겠는가. 기업의 연구개발(R&D)이 교단의 공부라고 인식하자. 즐겁게 공부하고 보은하는 일터는 행복하다.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이런 공부 문화가 교도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회사와 기관에 정착되고 세상으로 널리 퍼져나가야 한다. 그래야 소태산 대종사가 염원한 참 문명 세계가 가까워질 것이다.

[2019년 7월1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