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적 종교신앙과 사실적 도덕훈련으로 3040 활불 키워야
진리 향한 갈증 있는 젊은 부처들 발굴하고 키워가는 교단

[원불교신문=이창훈 교도] 5살 때 원남교당 대법당에서 어른들을 앞에 두고 어린이들끼리 공연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마도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교당을 다녔던 것 같다.

원남교당 유·소년 법회 시기를 거쳐 중학생이 되자 부모님을 따라서 어디 다니는 것이 내 나이에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집 근처에 있는 압구정교당 학생회에 다녔다. 대학생 시절부터는 학교 근처에 있는 안암교당에 다니기 시작해 결혼할 때까지 청년회 활동을 했다.

아내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교당에 함께 갈 수 있을지 연마를 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결혼한 이듬해 초 아내가 먼저 입교 의사를 밝혔다. 당시 부모님은 아들·며느리와 함께 교당에 다니고 싶다는 다소 이상적인 바람을 내비치곤 했는데 아내가 이왕 교당에 나갈 거라면 시부모님과 같은 교당에 나가겠다고 흔쾌히 받아들여서 부모님과 부부가 같은 교당에 나간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20여 년 만에 돌아온 원남교당은 건물이 조금 낡아 보였으나 교도들의 평균 연령은 더욱  더 높아져 있었다. 40대 교도들이 단장과 중앙을 맡아가며 교당의 한축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이제 60세를 넘어 70을 바라보고 있다. 이분들이 교도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도 직장에서는 어느덧 후배들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교당에서는 비슷한 또래도 별로 없는 가장 어린 교도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20대였던 아내는 유일한 20대의 일반법회 출석 교도였다. 〈원불교신문〉에서 교당의 노령화를 걱정하는 기사와 칼럼을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일반법회에 나오니 이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침 우리 부부가 원남교당에 출석한지 얼마 안 된 무렵부터 비슷한 또래의 젊은 부부들이 주변의 소개 등 각자의 인연을 따라 교당을 찾아왔고, 다행히 이들 중 상당수가 뿌리를 내려서 이제 원남교당에도 3040세대로 구성된 교화단이 3개가 됐다. 그리고 3040 세대의 2세들이 여럿 태어나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 재롱을 보는 교당 어르신들의 표정도 요즘 무척 흐뭇해 보인다.

사실 3040세대는 원남교당뿐만 아니라 원불교 전체에서 매우 희소한 연령층이어서 어딜가나 귀한 막내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3040이 과연 정말 종교를 신앙하는 것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어리기만 한 세대일까. 대종사는 26세에 대각했고, 정산종사는 19세에 교단 최초 수위단의 중앙이 됐다. 우리 교단의 영원한 청년 스승인 주산종사는 교단사에 길이 남을 그 많은 일을 하고 열반했을 때 겨우 40세였다는 사실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원남교당에서는 3040세대의 공부심을 진작시키기 위하여 지난 6월16일 종로구 은덕문화원에서 3040 훈련을 개최했다. 아름다운 한옥에서 진행된 훈련에 28명의 젊은 도반이 참석해 교무님뿐만 아니라 3040세대 스스로도 놀랐다. 탈종교의 시대이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 사람들이 소박하나마 일종의 구도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실현하기 위해 탄생한 '탈종교의 시대의 종교' 답게, 교당이 대종사가 가르친 마음공부가 제대로 이뤄지는 장소가 되면 3040도 교당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까. 5만년 대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진리를 향한 갈증이 있는 젊은 교도들을 부처로 키워나가는 교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훈련을 마치며 3040 단의 이름을 활불단으로 정하고, 앞으로는 활불단의 이름으로 함께 마음공부를 해가기로 했다. 이제 내후년에 훌륭한 종교시설을 갖춘 원남교당이 신축된다. 신축될 원남교당에서 3040 활불들이 교당의 한축으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그리고 원남교당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교당에서 기존의 선배들과 구도의 길을 함께 걷는 후배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원남교당

[2019년 7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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