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대종사는 교단의 미래와 교법 전수에 관련하여 농사에다 비유를 많이 했다. 당시 산업구조 자체가 농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고, 제자들과 대중들이 대체로 농민이 많았기에 그랬을까. 수행품 54장과 55장에 나오는 '소 길들이기' 법문은 바로 농본 사회에 필수적인 소를 활용한 마음공부의 비유이고 널리 알려진 법문이다. 수행품 59장과 60장은 아예 '심전계발'이라고 하여 마음을 밭에 비유했다.

인과품 17장 역시, 농부가 봄에 씨 뿌리지 아니하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는 말씀으로 인과의 원칙을 설명하고 있는 대표적인 농사의 비유이다. 인과품 31장은 비유는 아니지만 '채포', '분항', '거름' 등 농사와 관련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기틀을 보고 인과를 설명하고 있다.

변의품 1장에 '천지의 식'에 대하여 변론할 때에 '농사를 지을 때에 종자를 뿌려보면 땅은 반드시 그 종자의 생장을 도와주며, 또는 팥을 심은 자리에는 반드시 팥이 나게 하고, 콩을 심은 자리에는 반드시 콩이 나게 하며,' '일월성신과 풍운우로상설이 모두 한 기운 한 이치'여서 모두 다 영험하기에 사람의 일체 선악은 아무리 은밀해도 다 속이지 못하니 이것이 천지의 식이며 밝은 위력이라고 농사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천도품 15장도 '세상의 유정 무정이 다 생의 요소'가 있음을 백억 화신을 내는 '지푸라기 하나'에 비유했다.

교단의 미래와 시대의 변화를 농사에 비유하는 장면은 다분히 극적이다. 변의품 32장에는 선지자들이 말씀한 후천개벽의 순서를 농사에 비유한 이호춘 선진의 질문이 있다. (후천개벽의 순서를) '일년 농사에 비유한다면 수운 선생은 해동이 되니 농사지을 준비를 하라 한 것이요, 증산 선생은 농력의 절기를 일러 준 것이요, 대종사는 직접 농사법을 지도한 것이라 하오면 어떠하오리까.'

또한 익산 총부 건설 당시 몇 간의 초가에 많지 않은 제자들에게 대종사는 "지금 우리 회상이 무엇과 같은지 비유하여 보라"고 묻는다. 이에 이대호 선진이 '못자리판'과 같다는 답을 하자, 이에 대종사는 그 대답을 인가하면서 "저 넓은 들의 농사도 좁은 못자리의 모 농사로 비롯된 것 같이 지금의 우리가 장차 세계적 큰 회상의 조상으로 드러나리라"는 희망 담은 법문을 전망품 4장에서 전개하고 있다. '찬바람과 얼음 속에 씨 뿌리는 사람' 비유도 전망품 7장에 나온다.

성리품 29장에서 '농구를 메고' 돌아오는 산업부원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다 우리 집 부처니라" 한 법문은 사뭇 장엄하다. 어느 누군들 부처 아님이 없겠지만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우며 건강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가리켜 부처라 한 모습은 늘 보아도 아름답다.

농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사농공상이 다 그러하지만 농업은 특히 생명이요, 생명의 근간을 맡고 있는 분야이다. 법을 설하기 위해 비근한 예로 농사를 비유했다고 하지만 아울러 농사가 가진 근본 가치도 또한 소중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전망품 26장에서 법문한 동리 동리에 교당과 공회당이 세워져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물질문명이 크게 열리는 시대에 도리어 농사짓는 도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원경고등학교

[2019년 7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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