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회 임시수위단회, 현장 목소리 반영한 치열한 논의 펼쳐
정년연장, 퇴임자 정양 문제가 핵심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해
교정원, 교단 구성원의 궁금증에 구체적 답변 내놔야 할 것
수위단원·교구장부터 기득권 내려놓는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원불교신문=안세명 기자] 정년연장 논의가 연일 뜨겁다. 제239회 임시수위단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전달되는 가운데 수위단원들이 생각하는 정년연장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들어본다.

전도연 총무부장은 정년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지자본위의 인사제도 정착, 교역자 삶의 질 향상, 노령화된 교화인력 활용'의 세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사람의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교단 인력수급 부족으로 퇴임자가 크게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함과 동시에 젊은 교역자들이 교화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현실을 정년연장의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교정원은 지자본위의 인사로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직무 피크제를 두어 교단의 수직적 구도를 수평적으로 바꾸며, 교역자 사기진작 방안으로 용금 통일과 주1회 휴일 확보, 휴가와 휴양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교단 구성원 의견수렴 과정이 설득의 열쇠, 퇴임자의 정양문제에 초점 맞춰서는 안돼
수위단원들은 정년연장을 위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설득과 합의를 통한 소통의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남궁문 단원은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수도원 부족과 정양시설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이 이 논의를 지체하는 가장 큰 요소임을 지적하고 "정년연장은 교단의 중장기 전략인 만큼 관심과 주의를 끌고, 흥미를 가지게 하며, 이해와 합의, 실행의 단계적 설득과정이 필요하다"며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제도로 인식되도록 마음 모으는 과정이 더 빠른 길임을 제시했다.

정년연장을 찬성하는 수위단원들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유형진 단원은 "정년연장을 왜 해야 하는지 충분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교정원에서 제출한 자료의 초점은 정양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적체된 교화구조상의 문제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화전략과 시설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맞물려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천 단원은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최대 걸림돌이다. 산발적으로 자신의 생각만이 오고갈 뿐이다"며 "일문일답식으로 대중이 거부하는 내용을 파악해서 구체적으로 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교정원에서 공신력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현장교무들이 우려하는 내용들을 해결해 줘야한다"고 일갈했다. 출가교화단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것도 정년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5·6급지 폄하하는 인식부터 고쳐야
교화를 급지로 평가하는 인식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고, 특히 전국 532개 교당의 34%(191개)에 해당하는 5·6급지의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박성연 단원은 "충북교구는 대부분 5·6급지다. 읍마다 교당이 있는데 교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부 다 활성화되고 있으며 없어져는 안 될 교당이다"고 5·6급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정도 단원은 "물론 5·6급지가 열악한 곳도 있지만 교화성장의 가능성이 많다. 젊은 교역자들의 개척의지가 필요한 곳이 대부분이다. 5·6급지를 낮게 보는 것은 현장 교무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교역자들은 이미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다. 용금 문제도 해결 안 되는 곳에서 3년도 아니고 6년을 살라고 하면 누가 살 수 있는가. 어려운 교화현장을 지원해주는 길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개선책을 촉구했다.  
 

교정원, 정년연장 위한 철저한 준비 필요
정년연장은 지난 교정에 이어 현 교정원에서 가장 우선시 하고 있는 정책과제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안인 만큼 대중들은 정년연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교정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년연장의 명분과 기간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주문한다.

오은도 단원은 "교역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교정원이 이미 결정해 놓고 우리에게 묻는다는 데에서 근본적인 불신이 있다.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된 거다. 1, 2년 연장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6년이란 시간이 규정돼서 먼저 나왔다. 조급하게 갈려는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 점차적으로 연장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심 단원은 "현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출가교화단에서는 정년연장은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였으나 6년이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3년까지는 감수하고 이후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원봉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젊은 교역자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들의 신앙·수행의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다양한 선택의 길을 열어놓을 것을 주문했다.  

교단 결집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
교단 중요정책의 최종 결정을 총단회와 같은 협의과정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자는 의견도 많았다.

김정륜 단원은 "교정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력수급의 정체현상과 교역자 삶의 질, 노령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공감하고 함께 결의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을 수 있다"며 대중결집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김경일 중앙단원은 "정년연장의 핵심은 퇴임자는 많이 늘어나고 신규는 줄어들어 공동화되는 교당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다 드러내고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교단이 처음 겪는 역성장의 시기이다. 비상시국으로 봐야 하며, 느슨하게 논의 돼서는 안 된다"며 "적나라하게 상황을 드러내고 전무출신들에게 호소하면 해결될 것이다. 교단이 뭉치고 단합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지했다.

장덕훈 단원도 "개별적 정보의 전달은 한계가 있다"며 비상 총단회를 제시했다. 장 단원은 "정년연장은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물음이다. 우리의 삶의 형태가 완전히 바꿔지는 문제다. 비상 총단회를 통해 전체가 모여 교단을 생각하고 전무출신의 정신을 세우는 기회로 삼자. 그럴 때 정보 전달이 해소 된다"고 역설했다.

수위단원부터 기득권 내려놔야 
한은숙 단원은 "대중들은 수위단원들이 오히려 어떤 명분으로든지 5·6급지에 가지 않고 지속하는 영역에 있지 않느냐. 수위단원, 교구장부터 5·6급지로 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며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자세가 중요함을 설명했다.

안인석 단원은 "대중들은 좋은 자리를 오래 누리려 한다는 불신에서 오는 상실감이 크다. 우리도 수위단원이나 교구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맡게 된다"며 "그럼에도 자리와 역할에 대한 반정서적인 부분의 뿌리가 깊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모범적 자세를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사퇴와 같은 결단을 통해 지도부의 자세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위단원들은 합의정신으로 정년연장을 최종 결의하고 교화구조와 인력수급 개선의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퇴임하고 몇 십년을 수도원과 원로원에서 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보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있는 것이다. 가능한 자력을 가지고 공익에 보은하는 퇴임 후 정양의 모델이 필요하다. 보은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자." 한 수위단원의 말이 교역에 임하는 전무출신들의 기본적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정년연장, 지난 100년간 쉼 없이 질주해 온 교단의 활로가 될 것인가.

[2019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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